2001년부터 묘안 찾기에 나섰지만, 해결되지 않은 휴대폰 무선인터넷 종량제 요금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칼자루를 집어 들었다.
방송통신위와 이통3사에 따르면, 방통위 이용자보호국은 지난 달 25일 KT를 시작으로 30일 SK텔레콤, 이번 주초 LG텔레콤을 대상으로 무선인터넷 종량제 요금의 요금체계와 부당과금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무선인터넷 종량제가 제대로 과금되고 있는 지, 이용자 이익저해 요소는 없는 지 살펴보기 위함인데 옛 정보통신부 시절을 통틀어 정부가 직접 조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선인터넷 종량제는 지난 2001년 30%정도 요금을 낮춘다는 목표로 사용 시간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서킷(Circuit) 요금제'에서 데이터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패킷(Packet)요금제'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소비자가 알아보기 어렵고 비싸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2003년과 2004년에 홍창선·유승희 의원이 소비자 인식의 어려움을, 2007년에 김태환 의원이 이통사들의 대기화면 용량 증설 등 패킷요금제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조사에 업계와 소비자들,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알기힘든 패킷요금, 제대로 과금됐나"...ETRI와 용량측정 나서
이통3사의 무선인터넷 정액제 요금 가입자는 SK텔레콤 133만5천명, KT 180만명, LG텔레콤 100만명 정도다. 월6천원에서 월2만8천원까지 하는 정액제는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업계가 밀고 있지만, 아직은 4천700만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 중 323만5천명 정도만 쓴다.
나머지는 이통3사의 종량제를 이용하는 데, 이통사별로 다르다. 요율(0.5KB당)에 따라 SK텔레콤의 경우 0.9원~4.55원을 받고 있으며, KT는 0.45원~4.55원을, LG텔레콤은 1.04원~5.2원을 받고 있다.
이동전화에 케이블을 연결하거나 PDA·무선모뎀을 통해 접속하는 인터넷 직접접속 요금도 요율(0.5KB당)에 따라 SK텔레콤은 1.5원, KT는 1.3원, LG텔레콤은 1.5원을 받고 있다.
방송통신위 관계자는 "서킷 요금제에서 패킷 요금제로 바뀌면서 이통사가 요금체계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 지, 부당 과금은 없는 지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같은 통신사라도 휴대폰 기종이 지원하는 화상 강도에 따라 요금이 다르게 부과될 가능성도 있어 조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방통위는 현장 조사 뿐 아니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전문가 집단과 함께 로그파일 분석을 통한 데이터 용량 측정에도 나설 방침이다.
◆종량제 개선으로 이어질 까...이통사 '긴장'
방통위의 현장 조사가 시작되면서, 이통사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번 조사가 무선인터넷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종량제 가이드라인이나 표준을 논의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면서도 "혹시 종량제 요금인하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맘놓고 무선인터넷을 쓰려면 '요금폭탄'에 대한 우려가 없어져야 하는 건 맞지만, 정부의 행정지도로 출시한 정액제와의 금액 차이를 이유로 '이용자 차별'로 처벌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방통위 관계자는 "현행 정액제와 종량제 사이에 약 4배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격차 만을 이유로 이용자 차별행위로 처벌하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합리적인 비용산정과 함께, 무선데이터 요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통신위는 스마트폰과 정액제 활성화, 사이드로딩(PC로 다운, 휴대폰으로 이용) 전면화 등을 통해 무선인터넷을 키우고자 하는데 무선인터넷이 활성화되면, 필연적으로 어느정도 데이터 요금이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동전화 무선인터넷을 버스노선 등 길찾기와 게임기, MP3 등을 대체하는 '신(新)문화플랫폼'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저렴한 게 최선인 '사회적 필수재'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현아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