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1년여의 고심끝에 KT와 SK텔레콤 등 기존 사업자 대신 신규사업자가 잘 들어올 수 있게 하는 쪽으로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의 가닥을 잡았다.
KT와 SK텔레콤이 2005년 와이브로 허가당시 약속했던 투자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허가조건 성실이행 촉구'에 그친 반면, 신규 사업자를 위해선 ▲전국외 지역 사업권 부여 ▲로밍·기지국 공용화 ▲2.3㎓ 또는 2.5㎓ 대역 우선 할당 검토 ▲국제기준에 맞는 신규 대역폭(10㎒) 부여 등을 적극 추진키로 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는 지난 달 30일 이같은 내용의 의결안건과 보고안건을 처리했다.
이는 유무선 지배적사업자에 와이브로 주파수를 주고, 음성탑재(mVoIP)는 안 되게 하는 등의 초기 정책 실패를 지금와서 바로 잡을 정책 수단이 별로 없다는 평가와 함께 와이브로 신규 사업자 출현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특히 방송통신위가 신중히 검토한다는 ▲와이브로 신규사업자의 로밍범위를 KT와 SK텔레콤 등 3G 이동전화(WCDMA)까지 확대할 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방통위, KT, SKT에 솜방망이 제재
이행점검 결과 KT는 '06년부터 '08년까지 6천882억원(이행률 86%)을 투자했으며 서비스 커버리지는 28개시(이행률 33%)에 망을 구축했다. 면적기준 6.9%(이행률 16.5%), 인구기준 46.4%(이행률 59.7%) 수준이다. KT의 경우 와이브로 설비투자와 관련없는 연구개발비 421억원이 실적에서 제외됐다.
SK텔레콤은 '06년부터 '08년까지 5천329억원(이행률 80%)을 투자했고, 서비스 커버리지는 42개시(이행률 100%)에 망을 구축했다. 면적기준 4.3%(이행률 109.3%), 인구기준 43.6%(이행률 71.7%) 수준이다. SK텔레콤의 경우 3G+와이브로 통합중계기 투자비 중 이동전화와 와이브로 설비로 대별해 50%인 884억원만이 투자비로 인정됐다.
양사 모두 허가조건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①허가취소 ②사업정지 9월 ③사업정지 처분에 갈음한 과징금(KT 3억1천613억원, SKT 323만원) ④시정명령 등이 가능하다.
방통위 신용섭 통신정책국장은 "허가취소와 사업정지는 과도하다는 비판에, 과징금은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면서 "서비스 계획과 투자 계획을 허가조건에 맞게 이행토록 촉구하고 미이행시 강력 제재하는 게 적당하다"고 보고했다.
KT와 SK텔레콤은 연말까지 2011년까지의 서비스 커버리지 및 투자 이행계획서를 제출해 방통위 승인을 받아야 하고, 2011년까지 이행계획서의 이행결과를 반기별로 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방통위 "KT, SKT는 데이터 보완재로 써라"
방통위는 전국망 구축 등 추가 의무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는 KT와 SK텔레콤이 와이브로를 이동전화 대체가 아니라 대용량 데이터서비스를 위한 보완재로 활용하는 걸 인정해준 것으로 평가된다.
형태근 위원은 "와이브로가 잘 안된 것은 비싼 데이터 통화료 등에 따른 무선인터넷 수요 부진때문"이라면서 "무선인터넷 활성화의 대전제를 내세우고 노력하면 (와이브로) 수요는 저절로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와이브로 신규사업자 나와라"
방통위는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향'도 보고했는데 ▲경쟁활성화 여건 조성 ▲실효성 있는 전국망 구축 ▲공공서비스 등을 통한 와이브로 사업성 제고가 핵심이다.
와이브로 신규사업자(MNO)를 싹틔우기 위해 햇볕과 물, 토양 등 모든 걸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게 눈에 띈다.
신규사업자가 원하면 전국외 지역 사업권도 주고, 기존 주파수(2.3㎓)뿐 아니라 국제 공용주파수(2.5㎓)와 국제 공용 주파수 대역(10㎒)도 줘서 국제 로밍과 장비 구축단가를 낮추는 걸 돕겠다고 했다.
이병기 위원은 "와이브로 장비가격이 떨어져 6천억원이면 전국 1만5천개 기지국(기지국당 4천만원)을 깔 수 있게 된다"고 했고, 김정삼 주파수정책과장은 "2.5㎓는 17개 국가 정도에서 쓰는데, 일본이나 미국과 로밍하는 데 유리하고, 2.3㎓는 13개 국가 정도인데 아태 국가 로밍에서 유리하다"면서 "사업자가 원하는 쪽으로 인센티브 차원에서 주겠다"고 말했다.
와이브로 재판매(MVNO)를 적극도입하면서도, 신규사업자 진입을 촉진해 KT와 SK텔레콤이 이미 구축한 지역이외까지도 망을 구축토록 유도하면서 펨토셀(실내 초소형 기지국)과 '와이브로 품질평가 기준'도 활용키로 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MVNO나 펨토셀, 품질평가보다는 신규사업자 진입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WCDMA로밍까지 가능할 듯...공공수요 진작도
특히, 신규사업자의 경우 로밍 범위를 WCDMA까지 확대해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신규사업자가 전국사업자로 허가받아도 일단 수도권 등부터 순차적으로 망을 깔게 되는 만큼, 지방 등에 있는 가입자들을 위해 KT와 SK텔레콤의 WCDMA망을 로밍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의미다.
권병욱 와이브로팀장은 "신규사업자의 WCDMA 로밍 여부는 타 사업자의 반발과 로밍제공 기간, 로밍 대가 등 해외사례를 감안해 신중해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방송통신위원들의 신규사업자 출현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송도균 위원은 "신규사업자의 진입이 굉장히 유효한 수단인데, 인센티브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고, 최시중 위원장도 "좀 더 가시적인 인센티브를 줘야 하지 않나"라면서 신규사업자를 위한 정책방안을 조속히 완료할 것을 주문했다.
와이브로 활성화 계획에는 ▲무선인터넷 정액요금, 결합요금 확대 및 저가형 스마트폰 보급 확산, 와이브로·와이파이 단말기 보급 촉진과 ▲와이브로·WCDMA망 연계를 통한 데이터 요금인하, 와이브로·WCDMA·와이파이 연계서비스 제공을 통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 유도(와이브로 기반의 모바일 인터넷전화, 모바일IPTV 제공 여건 조성)▲와이브로 행정서비스 모델 발굴(스마트 그리드, m-텔레컨퍼런스, m-CCTV 등) 등도 포함됐다.
김현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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