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의 추격에 시달리고 있는 휴대폰 제왕 노키아가 끊임없는 환골탈태를 시도하며 '모바일 제왕'으로 거듭나려하고 있다.
노키아는 여전히 세계 휴대폰 시장 1위지만 경쟁사들의 선전에 눌려 그 기세가 예전만 못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혁신이 없는 노키아는 모토로라처럼 쇠락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노키아의 행보를 살펴보면, 제왕자리를 결코 앉아서 뺏기진 않겠다는 태세다. 휴대폰 제조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바일 웹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으며, 넷북 등 휴대폰 외 시장도 공략 중이다. 또 개방형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환경 조성에도 한창이다.
이제 노키아는 휴대폰 제왕을 넘어 모바일 서비스와 다양한 기기를 아우르는 전체 모바일 세상의 왕좌를 노리고 있다.
◆휴대폰 일변도 벗어나 수익 다각화
노키아는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애플 등의 경쟁사들에 휴대폰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내어주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08년 노키아의 전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은 41%에 달했으나 하락을 지속해 지난 2분기 38%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키아는 휴대폰 판매량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새 시장 진출을 통한 수익 다각화를 선택했다. 지난 8월 노키아는 넷북 '북릿3G'를 발표하면서 이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북릿3G는 노키아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인 오비스토어와도 연계된다.
또 노키아는 지난 7월 인텔과 손잡고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인터넷 기기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로써 노키아는 휴대폰 뿐 아니라 다양한 모바일 기기 업체로 발돋움 하게 됐다.
◆지도-LBS-모바일 SNS 융합해 웹 생태계 구축
노키아는 하드웨어 제조 뿐 아니라 모바일 서비스 업체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노키아는 모바일 웹서비스를 중요한 성장동력 중 하나로 여기고 있으며, 특히 모바일 SNS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이동성과 실시간성이라는 모바일 웹 본연의 수요 때문에 모바일 SNS의 성장잠재력이 클것으로 전망되는데, 노키아는 이에 발맞춰 노키아폰 중심의 SNS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노키아는 수차례 SNS 관련 서비스 업체들을 인수해왔으며, 이달 초 페이스북과 제휴하기로결정했다. 지난 7월에는 SNS와 e메일 등의 연락처 관리 서비스 업체 셀리티의 자산을 인수하기로 했으며, 현재 여행전문 SNS 도플러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페이스북같은 인기 SNS와 협력하는 한편, 자체 SNS 제공도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노키아가 앞서 인수한 전자지도 업체 나브텍, 위치기반 SNS 웹 페이지 개발업체 플레이지스 등을 통해 확보한 ▲지도서비스와 ▲위치기반 서비스를 ▲모바일 SNS와 융합해 시너지를 낸다는 속내다.
노키아는 지도서비스와 위치기반 서비스를 결합한 '프렌드뷰'를 선보인 바 있다. 프렌드뷰는 지인과 휴대폰 상에서 지도를 펼쳐놓고 메시지도 주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이러한 서비스에 현재 인수 추진 중인 여행 정보 공유 SNS인 도플러까지 더해 고도화된 매시업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면 여행 중인 사용자들 간 노키아폰으로 도플러에 접속해 지도를 펼쳐놓고 여행 계획과 맛집이나 명소 정보를 공유하는 광경을 떠올릴 수 있다.
실제로 노키아가 도플러를 인수할지, 또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지만 지도와 LBS를 결합한 모바일 SNS를 통해 노키아폰 중심의 웹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임에는 분명하다.
◆노키아의 앱스토어는 뒷북?
이렇게 노력하는 노키아에게 아쉬운점은 애플의 앱스토어같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생태계가 약하다는 점이다.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는 향후 휴대폰 시장의 주류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다.
실제로 애플 아이폰이 스마트폰 강자로 자리매김한 중요한 이유가 제 3개발자들의 왕성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키아도 뒤늦게 자체 앱스토어 '오비스토어'를 개시했지만, 애플 앱스토어에 비해 개발자들에게 큰 매력을 끌지 못하고 있다.
애플은 오로지 아이폰이라는 단일 제품만 밀고 있는 반면 노키아의 스마트폰은 E시리즈, N시리즈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가지고 있어 개발자들이 번거로움을 느낀다. 또 노키아 스마트폰 운영체제 심비안은 아이폰의 맥이나 구글 안드로이드 등에 비해 애플리케이션 지원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노키아의 오비스토어를 의미 없는 '뒷북' 정도로 폄하하기도 한다. 이들은 혁신 없이 경쟁사를 따라하기만 해서는 제왕자리를 사수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공들인 '심비안' 대신 '마에모'로 무게 중심
그래서 노키아는 스마트폰 사업의 무게중심을 과감히 심비안에서 마에모로 옮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마에모는 지난 2005년 노키아가 개발한 리눅스 기반 운영체제로, 고사양 제품용 플랫폼으로 사용돼 왔다. 심비안에 비해 마에모가 애플리케이션 지원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애플리케이션 개발 생태계 조성에 심비안보다 마에모가 더 유리하다.
심비안은 노키아가 지난 10년간 대부분의 휴대폰에 탑재해온 주력 운영체제로, 여전히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휴대폰에 탑재된 상태다. 노키아는 지난해 심비안을 인수하고 '심비안 재단'이라는 업계 연합까지 창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심비안에 적잖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노키아의 무기는 심비안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노키아는 공들인 심비안을 과감히 뒷전으로 보내고, 마에모에 부쩍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마에모에 3G 기술을 적용하고 터치스크린 및 애플리케이션 지원 기능을 강화하는 등 업그레이드에 분주하다. 또 지난 8월 마에모 기반 스마트폰 N900을 발표하기도 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마에모가 심비안보다 유연성 측면에서 훨씬 경쟁력이 높다"며 "노키아는 결국 마에모를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노키아가 거액을 투자한 심비안을 쉽게 버리지는 못할 것이다. 앞으로 중저사양 제품에는 심비안을, 고사양 스마트폰은 마에모를 채택하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아직은 노키아 휴대폰 판매량의 대다수를 중저사양폰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휴대폰 시장에서 중저사양폰의 판매량은 지속하락하고 있으며, 노키아의 중저사양 제품들 역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노키아가 심비안이 아닌 마에모를 성장동력으로 택할 것이란 전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노키아의 환골탈태 시도가 뒷북만 치는 몸부림으로 끝날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평이 무색하도록 모바일 시장을 다시금 평정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강현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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