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열린 인터넷'의 초석을 놓았다. 인터넷 망에서 자유로운 정보 흐름을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줄리어스 제나초우스키 FCC 회장은 21일(현지시간) 인터넷 망 사업자들이 정보 유통을 제한해선 안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망 중립성' 규정을 제안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콘텐츠 차별 금지, 무선 네트워크도 동일 잣대 적용
FCC가 망중립성과 관련한 원칙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FCC는 이미 지난 2005년 소비자들이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기기 선택의 자유를 갖는다는 망중립성 관련 4대 원칙을 설정했다.
제나초우스키 회장은 이날 브루킹스연구소 초청 연설을 통해 망중립성 관련 기존 4원칙에 ▲정보차별 금지 ▲투명한 네트워크 관리 등 2가지 원칙을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CC가 이날 제시한 원칙은 AT&T나 타임워너 케이블같은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들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ISP들이 ▲자사 네트워크 상에서 유통되는 특정 인터넷 정보의 흐름을 차별해선 안될 뿐 아니라 ▲자사 네트워크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투명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골자이기 때문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AT&T나 버라이즌, 콤캐스트 등의 ISP들이 임의로 특정 콘텐츠나 프로그램, 서비스의 유통을 차단하거나 속도를 저하시키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이 금지된다. 따라서 이 원칙이 받아들여질 경우 무선 네트워크 상에서 파일 공유 서비스를 금지하고 있는 AT&T의 관행은 중단돼야 한다.
제나초우스키 회장은 이 규정들이 유선 인터넷 네트워크 뿐 아니라 모바일 웹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선 네트워크 분야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나초우스키 회장은 "FCC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터넷을 지키는 '스마트캡'이 돼야한다"고 전했다.
◆공화당-ISP들 반발 거세
FCC가 제안한 망중립성 원칙에 대해 야당인 공화당과 ISP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공화당의 케이 베일리 허치슨 의원은 이번 발표에 대해 "시장 활성화에 상당한 지장을 주게 되며,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허치슨 의원의 주장에 동의를 표했다.
ISP들은 "제나초우스키 회장이 제안한 원칙은 우리가 네트워크를 원활히 운영하는 능력을 제한하게 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가령 일부 대규모 사용자(헤비유저)들이 대역폭을 잠식해버리면 인터넷 속도가 저하되는데, 이에 대한 관리가 어렵게 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또 네트워크 관리에 대한 제한은 네트워크 확장을 위한 자본 마련을 어렵게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FCC는 콘텐츠 차별에 대한 유연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면 네트워크가 부하가 걸릴 경우 통신사들은 '헤비유저'들에 제한을 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FCC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통사들은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무선 네트워크에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 등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 AT&T 관계자는 "뚜렷한 문제점 없이 무선서비스를 규제하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반면 인터넷 업체 구글과 소비자단체는 "모든 정보는 평등하게 다뤄져야 한다"며 찬성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망중립성 원칙 제정을 놓고 찬반 양측이 팽팽이 맞서고 있어 향방이 주목된다.
강현주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