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독립, 운영되기로 했던 온라인 장터 11번가(www.11st.co.kr)가 한동안은 모회사 SK텔레콤(SKT)의 '인큐베이터'에 머무른다.
SKT는 올초 정낙균 커머스사업본부장을 SK커머스플래닛 대표이사로 발령하고 내부 인력을 커머스플래닛에 파견하며 분사에 박차를 가해 왔다.
11번가는 연초부터 분사를 목표로 조직을 개편했고 공공연히 이 사실을 밝혀 왔다. 원래 목표대로라면 8월 하순 현재, 이미 SKT에서 떨어져 나와 있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경기 불황 등을 이유로 이 같은 계획을 전면 백지화 한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 관계자는 "언젠가 (분사를) 하기는 할텐데 시기가 문제"라며 "올해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11번가는 현재 'SK커머스플래닛'이라는 자회사에서 운영을 맡고 있어 조직이 분리된 상태. 하지만 예산, 회계 등 회사의 '젖줄'에 해당하는 핵심 분야는 SKT가 맡고 있다.
정만원 SKT 대표가 지난 1월 취임한 후, 11번가 내부에서 "경기가 불안하니까 아직 모회사의 관할 하에 있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했고 정 사장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정 대표의 취임 이후 '분사 이후 정리'라는 시나리오가 항간에 떠돌기도 했지만 실상 뚜껑을 열어 보니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경기 불황 요인 외에도 G마켓과 옥션이 이베이 계열 '형제사'가 되면서 시장 경쟁이 녹록지 않게 된 상황 탓도 크다.
11번가 측은 "현재 초기 설비는 구축이 됐고 마케팅 부분의 지원을 주로 받고 있다"면서 "지원이 무한정 나올 수는 없기 때문에 자생해야 한다. G마켓처럼 3~4년 정도 안정화 단계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연간 거래액(GMV) 2조원 정도를 내다볼 상황이 되면 분사가 되지 않을까 점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G마켓은 연간 거래액(GMV) 1조원 정도가 '자생의 분기점'이었다. 오픈마켓 비즈니스는 그 분기점을 넘으면 스스로 살아나간다고 보면 된다. 엠플, GS이스토어 등이 이 수치를 달성하지 못해 사업을 접은 셈"이라며 "지금은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2조원은 달성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11번가는 지난 해 5천억원 정도 연간 거래액을 달성했고 올해는 1조5천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정병묵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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