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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망 투자 방통위 대신 재정부와 협의?


최 위원장도 하루 전 보고받아...경쟁업체는 배제

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촉진방안'과 관련해, KT가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를 제치고 기획재정부와 사전에 통신 분야 투자 계획을 조율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날 오전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방안에 대해 최시중 방통위원장도 하루 전에야 내용을 알게 됐고, KT를 제외한 경쟁업체 어느 곳도 기획재정부와 이 문제를 협의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통신 분야의 경우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 곳인데 재정부의 계획 수립에 KT만 참여해 의혹을 산 것이다.

이에 대해 KT는 "정부가 부르는데 안갈 수 없고, KT로서는 업계 전반의 투자 애로사항을 설명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부가 불러서 투자의 어려움을 말한 것일 뿐 정책을 제안할 형편은 아니었다는 설명인 것이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투자촉진 방안 가운데 통신 분야의 투자 촉진책의 주요 골자는 10조원 규모로 형성되는 설비투자 펀드에서 와이브로망 구축 및 IPTV 셋톱박스 리스투자에 1조5천730억원을 배정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분야의 경우 이미 사업자가 투자를 한다는 조건으로 사업권을 획득한 것이며, 방통위는 투자 촉진 차원에서 사업권 허가 당시 부여된 투자조건을 기업들이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 지를 점검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 계획이 나오자 혼란이 가중된 것이다. 정부가 사업권도 주고 자금도 대주어야 하느냐는 비판까지 제기된 것이다.

◆최시중 위원장도 하루 전 보고받아

산은, 기은, 국민연금 등 공공기관의 자금이 투입된 펀드로 와이브로 망을 구축하고 IPTV 셋톱을 빌려주기로 하더라도, 이는 특정 회사의 요구가 아니라 정책 주무기관의 설비투자 정책에 대한 원칙과 철학에 따라 결정돼야 할 사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날 기재부가 IPTV와 와이브로, 무선통신망 확대를 위해 쓸 수도 있게 만드는 설비투자펀드와 특수목적회사(SPC)는 방송통신위와 제대로된 협의도 없었을 뿐 아니라 SK텔레콤이나 LG데이콤 등 통신 업계와도 합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이석채 KT 회장,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등 6개 회사 대표들과 투자 활성화를 논의했을 때도 이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고, 최 위원장도 청와대 보고 하루 전날 보고 받았다.

방송통신위 고위 관계자는 "이번 기재부 발표 내용은 KT를 포함한 통신사업자들이 보다 활발하게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일 수 있고, 정부 예산이 아닌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면서도 "KT의 보고 내용을 전해들은 것은 이틀 전"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와이브로 투자이행 점검결과 허가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KT든 다른 통신기업이든 방통위와의 주된 협의 없이 망투자를 공공자금의 펀드에서 빌려 하겠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KT는 재정부와 협의를 거친 대통령 보고에서 와이브로 망 구축 뿐 아니라 IPTV 셋톱박스에 대해서도 공적자금 지원을 통해 리스(6천573억원규모)해 달라고 요청했다.

방통위 강도현 융합정책과장은 "이번 청와대 회의의 와이브로 투자와 관련, KT와 4~5일 전부터 SPC 자금 활용에 대해 협의했고, 구체적인 자금 운용 방안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콘텐츠 산업을 살리는데 최우선 정책 목표를 두고 있는 정부가 거대 통신사의 인프라 구축 위주로 공공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정부는 통신망 국유제?...방통위는 장기융자일뿐

정부가 추진하는 10조원 규모의 설비투자펀드의 일부를 통해 KT 등의 와이브로 망 구축이나 IPTV 투자를 돕는다면, 투자된 설비는 어떻게 해석돼야 하는 지를 놓고도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이와관련 재정부가 이날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통신사와 설비투자펀드가 공동 출자해 IT 인프라 투자를 위한 SPC를 설립하고, 설립된 SPC는 투자금·설비자금 차입 등으로 투자재원을 조달해 IPTV와 와이브로 망 구축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통신위 서병조 융합정책실장은 "KT와 우리가 협의한 것은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와이브로 망 구축시 장기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고, 여기에 공동투자 문제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서 실장은 "SPC가 와이브로망투자를 할 경우 주파수할당이나 사업자 허가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재정부에도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정부 보도자료 뿐 아니라 이날 이석채 KT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에 보고한 자료에는 와이브로 투자에 대해 '컨버전스 인프라확보를 위해 공동투자, 장기융자 형태로 전국 네트워크 구축 비용지원(예상 투자비 6천326억원)이라고 명시돼 있으며, 이날 청와대 회의에 방통위는 참석하지 않아 구체적인 보고 내용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방통위의 다른 관계자는 공동투자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지배구조 관계들을 검토해야지만 기본방침은 펀드에서 투자해 지분을 가지게 된 것은, 의결권 등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망을 이용한 서비스 요금 같은, 소비자 편익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정부가 챙기지 않겠다는 것도 모순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금까지 정부가 통신사 서비스에 원가보상률 이상의 이익을 보장해 준 것은 통신산업에 대한 정부 역할이 요금 문제뿐만 아니라 설비투자를 유도해 이용자 후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의 민관합동 설비공동 구축 회사 설립 방안이나,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 의장의 정부주도 와이브로 망 구축주장 등이 시장질서를 어지럽힌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던 방송통신위의 기존 입장과도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정부 역시 지난 추경예산 편성에서 방통위가 와이브로 망구축에 예산을 쓰자고 제안했을 때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한 바 있어, 이제와 공공자금을 통한 망공동투자를 지지하는 것은 입장이 갑자기 선회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현아기자 [email protected], 강호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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