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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정국' 여야 모두 '부담'


몸 사리는 與…역풍 맞을까 조심스러운 野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정치권 판도를 180도 뒤집어 놓은 듯 하지만 여야 모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표면상으로는 그동안 민심 이반으로 악전고투하던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잡아가는 형국이다. 지난해 촛불정국에서도 쉽사리 오르지 않았던 지지율이 4년만에 한나라당에 앞서는 전환점이 마련됐다.

지난 30일 윈지코리아컨설팅의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도는 27.3%로 급상승한 반면 한나라당은 20.8%로 내려앉아 양당 지지율이 역전됐다. 한겨레신문이 같은 날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한 조사결과에서도 민주당은 27.1%로 한나라당(18.7%)을 8.4%p 앞질렀다.

반면, 한나라당은 긴장감이 역력하다. 한나라당을 겨냥한 비난 여론이 쇄도하고 있고 정국 운영 동력마저도 상실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돌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노 전 대통령의 추모 열기가 확산되면서 '반MB' 정서를 역력히 체감한 한나라당 뿐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이어가겠다는 민주당도 여론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여야 모두 자칫 발을 잘못 떼기라도 하면 민감한 여론에 기름을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더욱 민감한 처지이지만, 민주당도 안심할 수는 없다. 추모 열기가 민주당을 지지해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노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김해 봉하마을에서 한 조문객의 지적은 뜨끔하다.

자신이 경북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한 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황만으로 책임론을 말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지금의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이명박 정부와 집권여당에 의한 가슴 아픈 비극이 벌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저 뿐 아니라 주위에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이 될지 아니면 장기간이 될지는 모르지만 현 정부여당을 향한 민심은 점점 이탈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민주당에 대한 지적도 했다. 그는 "민주당을 좋아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지금 국민들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은 저처럼 민주당이 좋아서 지지하는 게 아닐 것"이라며 "민주당이 추모행렬을 왜곡 평가해 자신을 지지하는 것처럼 느끼거나 오만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30대 회사원인 한 조문객의 현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와 비슷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함께 쏠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으로 갑자기 흐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잇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줄 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성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을 단적으로 보여준 대목이기도 하다. 은연중에 노 전 대통령 서거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난다.

'서거 정국'에 당장 여권은 혼란스럽다. 당내에서는 전면적인 당 쇄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주춤했던 박희태 대표 퇴진론까지 나오는 등 내분 양상을 띄고 있다.

지난 4.29 재보선 참패 이후 '김무성 원내대표 무산 후폭풍'이 진정되는가 싶더니 희대의 비극 사건이 터지면서 한나라당은 쉽사리 발을 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앞에 다가온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관련법 처리를 단언했지만 10월 재보선과 내년도 지방선거를 고려하면 강행 처리에 나서기도 힘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서거정국'이 수그러들기만 바라는 분위기다. 당내 소장파 한 관계자는 1일 기자와 통화에서 "지금으로서는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들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처지"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것도 섣부르게 나서서 처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비록 민주당 지지율이 한나라당에 역전했고, 외부에서 진보진영이 결집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당장 원내 과반수가 되지 않는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있다. 게다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정치적 이용으로 비칠 경우 그 역풍은 만만치 않다.

이처럼 '서거 정국'으로 진보진영 결집과 반MB정서가 확산되고는 있지만 민주당으로선 오히려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몸을 잔뜩 움츠린 한나라당으로선 더욱 그렇다.

민철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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