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오랜 고민거리인 편법 승계 굴레를 벗어던졌다. 13년 동안 제기됐던 편법 승계 논란의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허태학, 박노빈씨에게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죄를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같은 혐의로 삼성특검이 기소한 이건희 전 회장 역시 무죄를 선고 받았다.
◆10년간에 걸친 '편법 승계' 의혹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07년 5월 허씨와 박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배임죄를 인정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30억원을 선고한 바 있다.
이건희 전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지난 1996년 헐값에 발행된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대량 인수한 뒤 이를 주식으로 교환해 지분 25%를 확보 해 회사내 최대 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에버랜드 주주였던 삼성 계열사들은 CB 인수를 포기했다. 때문에 경영권을 편법으로 승계하기 위해 에버랜드가 일부러 CB를 저가에 발행하고 계열사들이 CB 인수를 포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삼성은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삼성카드, 삼성카드가 다시 에버랜드 지분을 보유한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어 사실상 에버랜드 주식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삼성그룹 전체를 소유하게 된 셈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에버랜드 CB의 적정가격이 최소 1만4천825원인데 비해 이건희 전 회장의 자녀들이 인수한 가격이 7천700원으로 2배가까이 낮다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받아들여 배임죄를 적용했다.
이후 삼성그룹은 계열사를 이용한 편법승계 문제를 오랫동안 안고 있어야만 했다. 이건희 전 회장이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를 계기로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대법원이 허씨와 박씨에 무죄선고를 하고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회장까지 무죄 선고를 받으며 삼성은 편법 승계에 대한 의혹을 완전히 벗어던지게됐다.
◆"에버랜드 CB는 주주배정, 기존 주주 스스로 실권"
에버랜드 CB 사건 논란의 핵심은 에버랜드가 CB를 주주배정이 아닌 제3자 배정으로 했냐는 문제와 기존 주주들이 삼성 그룹의 지시를 받아 실권 처리했는지의 여부다.
대법원은 에버랜드가 CB를 이재용 전무와 일부 특수 관계인들을 대상으로 3자배정한 게 아니라 주주배정이 분명하고 삼성 계열사도 외부 압력 없이 스스로 실권처리한 것으로 판단했다.
때문에 허씨와 박씨 역시 회사 재산을 보호할 의무를 유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시장논리에 따라 이뤄진 행위이기 때문에 이를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허씨와 박씨가 CB 전환 가격으로 인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 무죄선고에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허씨와 박씨가 무죄를 선고 받으며 삼성 계열사들에게 에버랜드 실권 조치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던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명진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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