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제기된 한나라당 쇄신과 화합론이 박근혜 전 대표의 부정적 입장 표명으로 시작부터 난항의 연속이다.
박 전 대표는 당 화합책으로 제기된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에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혀왔지만 당 쇄신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 쇄신이 당 화합의 전제 속에서 이뤄지는 만큼 쇄신론도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제동이 걸린 듯 하다.
화합책으로 제시된 '김무성 카드'가 사실상 무산됐다고는 하지만 '친이-친박' 화합책이 아예 좌초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미국을 방문 중인 박 전 대표는 최근 연이어 '당헌당규에 따라 원대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에서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에 강한 반대 입장을 취해 왔다. 나아가 그는 9일(미국 현지시간) '당 화합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소위 '친박'이 당의 발목을 잡은 게 뭐가 있느냐"면서 "'친박 때문에 당이 안되고 있다', '친박 때문에 선거에 졌다'는 게 말이 되느냐. 새삼 자꾸 갈등이 있는 것처럼 하는 것은 전제가 잘못 됐기 때문에 얘기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4.29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이 화합책으로 부상했지만 이를 거부한 박 전 대표가 당 내홍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데 강한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내가 당 대표 할 때도 주류와 비주류가 있었다", "갈등도 있었다"고 박 전 대표가 언급한 대목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재보선 참패로 화합책이 제기됐지만 이도 지난해 '박근혜 총리설' 등 일방통행식이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어,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 진영에 대한 불쾌감의 표현 아니냐는 것이다. 일방통행적인 화합책이지만 이를 박 전 대표가 거부하는 모양새로 비치면서 불화의 책임이 박 전 대표로 쏠리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원내대표 문제는 이미 입장을 밝혔다"면서 "(박희태 대표가)만나겠다고 (요청)하면 안 만날 이유가 없다"며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일단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은 소멸됐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방문단과 함께 터키로 출국하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원래 생각대로 (원내대표를)안하려 한다"며 본인 스스로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았다.
박 전 대표 귀국 이후 박희태 대표는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 의 배경을 설명하고 당내 쇄신과 화합책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박 전 대표도 박희태 대표와 회동을 거부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만큼 양측이 차기 화합책의 도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화합책이 재보선 참패로 제기된 것이었고, 일방통행식이라고 해도 박 전 대표가 화합책을 무조건 거부만은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당 내부에선 '조기 전당대회론'이 확산되고 있다. 조기 전대에 반대입장을 취해온 박 대표 입장에선 박 전 대표와 화합을 조속히 마무리져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는 점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기 전대론자들은 "친이 대 친박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면 둘 다 공멸한다"는 전제를 내세운다. 또 화합책이 오히려 친박 진영의 강한 반발을 불러온 이상 현 지도 체제로 계속 간다는 것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무책임한 발상이며, 큰 판을 열어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는 게 공생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민본21과 원조 소장파 의원들은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 이전 조기 전대를 개최하자는 요구를 담은 공동성명도 준비하고 있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조기 전대에 대해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호응했다. 다만 그는 "작년과 같은 전대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박근혜 전 대표가 참석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11일 오후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당 지도부는 당 쇄신특위 위원장에 원희룡 의원을 임명하는 등 쇄신 작업에 착수했다.
이처럼 당 쇄신특위의 활동이 본격 추진되고, 박 대표와 박 전 대표의 회동이 곧 성사돼 당내 현안에 대한 이견조율이 될 경우 한나라당 내분 사태가 수습될지, 아니면 더욱 확산될지 여부가 이번 주중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민철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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