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추가 출연금 없이 와이브로에 010 식별번호로 음성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결정하자 기존 3세대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물밑에서 반발하고 있다.
3세대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당시 1조3천억원씩 출연금을 내도록 강제됐지만 모바일 무선통신 서비스로 등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지도 모르는 와이브로 사업자에겐 10분의 1도 안되는 1천170억원의 출연금 외에 추가 부담이 없이 유사 서비스를 허가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 소식에 SK텔레콤은 난감해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4일 "와이브로 음성서비스에 대해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지금처럼 무선 데이터 서비스로 한정할 것"이라고 말해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3세대 이통통신 서비스를 위해 1조3천억원 출연금과 설비투자 4조원 등 막대한 지출을 했고, 출연금 상환도 다 하지 못한 상황인데 3세대 서비스는 예상보다 수익이 저조한데다 경쟁자까지 무혈 입성하게 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반발하는 것.
KTF 역시 생각은 똑 같지만, 모회사인 KT와의 합병 추진을 앞두고 있는데다가 KT가 와이브로 활성화에 적극적인 편이라 입은 꼭 다문 채 '냉가슴'만 앓고 있다.
그나마 와이브로 활성화에 앞장 선 KT도 "정부의 와이브로 활성화 노력을 깊이 이해하며, 중소기업 참여 등 다양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며 "내년 중 음성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원론적인 환영의 뜻만 밝히고 있다.
기존 사업자들의 걱정은 작은 시장의 파이를 더 많은 경쟁자와 나눠 먹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화된 이동통신 시장에서 와이브로가 활성화될 지 의문"이라며 "정부의 정책의지만으로 자꾸 따라가야 하는 게 부담스럽다. 정부는 절반 가량 남은 3세대 출연금을 줄여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음성탑재를 계기로 추가비용도 만만찮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추가적인 투자요구를 하지 않더라도 음성 탑재에 따른 음영지역 해소, 단말기 유통 등에 수천억원 가량의 비용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규 와이브로 시장 진입을 검토중인 케이블TV 진영은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방송통신위가 와이브로 기존 사업자들에게 추가 출연금을 걷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향후 신규 사업자로 진입한다면 주파수 할당대가 산정 시 출연금 부담이 좀 덜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협의를 주도하고 있는 케이블TV 업계 고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와이브로 시장에 진입한다는 입장에서 단기적으로 재판매(MVNO) 시장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라며 "현재로선 정부의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호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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