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외장형 제품을 처음 출시하면서 그간 빛을 보지 못했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디자인과 편의성을 강화한 신제품 'S시리즈'를 최근 유럽에 이어 지난 5일 국내에 출시하면서 외장형 HDD 시장에 첫 진출했다.
외장형 HDD는 연평균 성장률이 24%에 이르고 있어, 삼성전자의 HDD 사업 강화에 일조할 전망이다.
8일 삼성전자는 "자체 브랜드로 출시되는 4.6㎝(1.8인치) 초소형 크기의 'S1'은 120기가바이트(GB) 용량으로 제공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 160GB 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또 6.4㎝(2.5인치) 크기로 소비전력을 낮춘 'S2'도 160~500GB 용량으로 이번에 함께 판매를 시작했다.
◆외장형HDD 시장 첫진출…내년 1분기 1.5TB도 출시
삼성전자는 외장형 HDD 출시와 함께 고용량·고성능 신제품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시장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HDD 사업에서 'FTM(First to Market)'을 주요 전략으로 채택한 삼성전자는 '시장 창조자'로서 변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내년 1분기엔 자사 최대 용량인 8.9㎝(3.5인치) 크기 1.5테라바이트(TB) 제품도 내놓으면서, 4.6~8.9㎝까지 PC·기업시스템·소비가전용 등 제품군을 폭넓게 확보할 계획이다.
최근 급등하고 있는 환율도 삼성전자 HDD 사업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네트워크형 외장 HDD를 해외에 수출하는 국내 한 기업은 "가격과 수급 면에서 삼성전자 제품이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과 함께, 자사 제품에 삼성 HDD를 탑재키로 했다"고 밝혔다.
외국계 HDD 제품 유통업체 관계자도 "지난 3분기 삼성전자 HDD가 일시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납품에서 밀린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장기적으로 HDD 사업에서 '환율 효과'에 기댈 수만은 없는 상황. 삼성전자는 업계 선두권의 씨게이트테크놀로지·웨스턴디지털·히타치GST 등과 달리 플래터·헤더·모터 등 핵심 부품을 주로 외부에서 조달하면서 환율로부터 마냥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도시바·후지쯔와 HDD 중위권 혼전
지난 1988년 8.9㎝ 제품을 처음 출하하면서 HDD 사업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6강'으로 압축된 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 2005년 스토리지 사업(HDD 및 SSD, 광스토리지)을 8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선정하면서 육성해왔다.
올해 단숨에 점유율 1위로 뛰어오른 SSD와 달리 HDD 사업은 아직까지 점유율이나 매출, 수익성 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전체 HDD 누적 출하량에서 씨게이트(32.1%), 웨스턴디지털(26.2%), 히타치GST(16.5%), 도시바(9.0%), 후지쯔(7.3%) 등 경쟁사들 사이 5위(8.4%)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도시바가 3분기 물량을 대거 출하하며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에 속해있는 HDD 사업은 3분기 환율 효과와 함께 흑자전환을 달성했으나, 이익 규모가 높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80년대 초 100여개에 달했던 HDD 제조사는 그간 구조조정을 거쳐 6개 주요기업으로 재편됐다. 최근 후지쯔가 인수합병(M&A)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비롯해, 업계에선 향후 1~2개 기업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전자 HDD 사업 역시 지난해 반도체총괄 경영진단 과정에서 구조조정 가능성이 부각되는 등 위기를 맞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외장형 HDD 등 새 제품 및 새로운 전략과 함께 HDD 사업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릴지 주목된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 출시한 S시리즈에 대한 대리점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 고무적"이라며 "철저한 시장조사와 삼성전자만의 프리미엄 디자인으로 시장 공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권해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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