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감축은 없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최근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200㎜(8인치) 웨이퍼 공장의 가동을 연이어 중단한 것과 관련 인위적인 인력감축은 없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최근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200㎜ 팹을 정리하면서 전체 인력 중 15%인 2천여명의 인력을 감원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 9월 가동을 중단한 이천의 M7 공장과 청주 M9 공장의 인력은 기술사무직과 생산직을 합쳐 1천500~2천명 정도"라며 "이들은 300㎜(12인치) 웨이퍼 팹으로 이동하거나 다시 교육을 받는 식으로 재배치가 완료된 상태"라고 전했다.
하이닉스는 현재 이천 M10, 청주 M11, 중국 우시 C2 등 3개 300㎜ 웨이퍼 팹을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5개 200㎜ 공장 가운데 미국 유진의 E1은 지난 8월, 국내 M7·M9는 9월 각각 가동을 중단했다.
중국 C1 공장 역시 장비 매각과 함께 오는 12월 생산을 멈출 예정이다. 청주 M8 공장은 월 13만장이던 웨이퍼 투입량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
최근 2년여에 걸쳐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대부분 지난 90년대 말 세워진 200㎜ 웨이퍼 팹은 제품을 만들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식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200㎜ 팹을 정리하고, 원가경쟁력이 양호한 300㎜ 팹을 확보하는 일이 메모리반도체 업계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하이닉스의 월 생산량에서 50%를 차지했던 200㎜ 팹의 생산비중은 내년 초 10% 이내로 줄어들 전망이다.
하이닉스가 200㎜ 팹의 국내 인력을 유지하는 것은 인력 채용과 해고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국과 달리, 국내 노동법은 강제해고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 하이닉스는 미국 E1 팹의 가동을 중단할 당시엔 1천명 정도의 현지인력을 감원했다.
그런가 하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장의 수급이 개선될 수 있는 만큼, 200㎜ 팹 근무인력의 재교육으로 호황기에 대비한다는 전략도 반영한 움직임이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500명 가량의 신입을 채용한 하이닉스는 올해 정기채용 없이 시장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이천 M10과 중국 C2 300㎜ 웨이퍼 팹에서 D램을, 청주 M11에서 낸드플래시메모리를 주력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또 메모리반도체 경기 추이에 따라 200㎜였던 중국 C1을 300㎜로 전환한다는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
현재 가동을 중단한 미국 E1과 국내 200㎜ 공장들은 장비·건물·토지를 매각하거나, 시스템반도체 개발·생산,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최근 연속된 200㎜ 웨이퍼 팹의 정리로 내년 초엔 지난 2분기 대비 자사 D램 생산량이 20%, 낸드플래시는 40% 감소하는 등 전체적으로 30%의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실물경제 악화로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언제 바닥을 찍을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14일 '전자산업대전' 개막식에서 "최근 메모리반도체 공급상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수요가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내년 자사 설비투자는 1조원 정도 줄어들 전망이나, 시장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권해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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