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3위 기업인 일본 엘피다메모리 등이 생산량을 줄인다는 방침을 공식화했으나,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황에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으로 파악된다.
엘피다는 지난 9일 사업설명회에서 이달 중순부터 D램 생산량을 10%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8일엔 엘피다와 합작 하고 있는 대만 파워칩세미컨덕터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4분기 중 D램 생산량을 10~15%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엘피다와 파워칩의 감산 계획은 두 회사가 함께 세운 대만 렉스칩일렉트로닉스의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를 두고 D램 업계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끝날 기미가 보인다고 해석하기엔 무리인 상태다.
◆연초부터 감산·투자축소 계속했지만…
D램, 낸드플래시메모리 등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는 이미 올 초부터 계속돼왔다. 이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지난해 초·중반부터 급락을 지속하면서 업계 대부분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 시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대만 프로모스테크놀로지 등은 연초 설 연휴를 맞아 D램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고, 독일 키몬다와 파워칩은 신설키로 한 공장의 가동시점을 연기하기도 했다. 국내 하이닉스반도체와 일본 도시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은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는 200㎜(8인치) 웨이퍼 팹을 폐쇄하는데 속속 나서고 있다.
낸드플래시 공급초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던 IMFT(인텔-마이크론 합작사) 역시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폴 오텔리니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밝혔다.
◆D램·낸드플래시 시황악화-업계 대규모 적자 지속
이러한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D램 가격은 하반기 들어 급락을 계속하고 있다. 2분기 들어 하반기 성수기 도래에 따른 기대로 반등했던 D램 가격은 업계 평균 제조원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에서 다시 주저앉고 있다. D램 주력제품 1기가비트(Gb) DDR2 D램 고정거래가격은 9월 초 1.75달러로 연중 최저이자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역시 하반기 들어서면서 가격 하락폭이 확대돼 16Gb 멀티 레벨 셀(MLC) 제품가격이 2.6달러에 불과한 상태다. 이 제품의 1년 전 가격은 15.6달러에 달했다. 지난 2분기엔 삼성전자를 제외한 모든 낸드플래시 기업들이 적자를 냈지만, 이후 가격하락이 지속돼 3분기부터 삼성전자 역시 흑자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근본처방전' 여전히 요원
업계가 설비투자를 축소하며 감산에 나서고 있음에도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개선되지 못하는 것은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근본적인 '처방전'이 나오지 않기 때문.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각각 30%, 4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여전히 공격적인 증산에 나서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2위 기업인 하이닉스 역시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지만, 300㎜(12인치) 웨이퍼 팹인 M11의 준공과 함께 300㎜ M10 공장의 D램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도시바, 엘피다 등 상위기업들은 200㎜ 팹을 폐쇄하는 대신 생산량이 한 층 많은 300㎜ 팹의 증설에 가담하고 있는 상태다.
후발기업들의 업계 퇴출이 시황반전의 동기가 될 수 있으나, 이 또한 요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세계 1위 D램 모듈기업인 대만 킹스톤테크놀로지의 데이비드 선 공동창업자는 "기업들의 퇴출이 이어진 지난 2000년과 달리 현재 D램 후발기업들은 D램 하나에만 전념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문을 닫는 사례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견해를 피력했다.
NH투자증권의 서원석 연구원은 "엘피다 등의 조치는 다른 기업들의 적극적인 감산을 유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D램 업체들이 생산량을 대대적으로 줄이지 않는 한 내년 초까지 메모리반도체 침체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권해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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