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D램은 범용 D램의 가격 급락 속에서 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수단이다. 모바일 D램, 그래픽 D램 등 고부가가치 D램 생산에 집중하겠다."
지난 2007년 PC에 쓰이는 범용 D램 가격이 전년 말 대비 85% 이상이나 급락하면서 업계가 분기 기준 적자 수렁에 빠지자, 선두권 기업들이 일제히 밝힌 각오다.
그러나 이로부터 6개월여가 지나 고부가가치 D램이 오히려 업계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8일 업계에 따르면 2분기 모바일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가격이 20~30% 가량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올들어 모바일·그래픽·서버·소비가전용 D램 생산량을 늘려온 상위권 기업들이 오히려 실적에 악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부가가치 D램은 지난해 범용 D램 가격의 폭락 속에서도 제한된 공급량으로 가격 급락을 회피하면서, 상위권 D램 기업들이 적자 폭을 줄이는데 기여했다.
모바일·그래픽·서버용 D램 등은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일본 엘피다메모리, 독일 키몬다 등 D램 상위기업들이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고부가가치 D램의 목표 비중을 전체 D램 가운데 50% 이상으로 높이면서 생산량을 확대해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고부가가치 D램의 제조원가는 업체별로 편차가 심한 가운데 최근 가격이 업계 평균 제조원가 이하로 떨어지면서 일부 기업들이 오히려 고부가가치 D램 때문에 수익성이 훼손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또 범용 D램보다 모바일 D램에 더 집중하는 사업구조를 보이고 있는 엘피다의 경우 2분기 실적 개선폭이 예상에 이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출하량 증가로 가격 하락…삼성전자 선방 '주목'
최근 고부가가치 D램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상위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출하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같은 가격하락에 D램업계 수익성 훼손이 우려되는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고부가가치 D램 출하량을 대폭 늘려 점유율도 높이고, 수익성도 강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모바일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52.7%까지 높아졌다. 이는 2007년 연간 점유율보다 6.5%포인트가 높아진 수준. 삼성전자는 그래픽 D램 부문에서도 1분기 점유율이 2007년 연간 점유율보다 9.2%포인트 높은 40.3%를 기록했다.
업계가 동시에 고부가가치 D램 출하량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유독 수혜를 보는 것은 제조원가와 제품혼합 등에서 앞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사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성능·용량·소비전력 등 면에서 다양한 고부가가치 D램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는 게 삼성전자의 강점"이라고 전했다.
또 "D램과 낸드플래시메모리, 노어플래시메모리를 모두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멀티 칩 패키지(MCP) 구성에서 경쟁사보다 나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등 모바일기기에서 중앙처리장치(CPU) 역할을 하는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부문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마케팅에서 모바일 D램과 AP 간 원활한 호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역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량이 제한적인 고부가가치 D램은 범용 D램과 달리 80~90나노미터급의 구세대 공정을 기반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200㎜(8인치) 웨이퍼 팹에서 양산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원가가 높고, 수급 상황이 양호하면 기업들에 더 높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것.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모바일 D램 출하량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최근 가격 약세 속에서도 수혜를 얻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하이닉스가 모바일 D램 부문 점유율 재고 및 수익성 확보에 나서려면 MCP 구성에서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해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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