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폰 업계가 주목하던 애플의 3세대(G) 아이폰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해 6월 말 출시된 '아이폰'은 꼭 1년만에 3G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3G '아이폰'에는 애플이 강조하던 혁신도, 파격적인 가격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애플은 3G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자신들만의 고유한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이동통신사와의 매출 공유 정책도 포기했다.
결국 애플 역시 휴대폰 시장의 전통적인 경쟁 구도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미국에서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AT&T는 10일 애플과의 매출 공유를 없애고 2년 약정, 월 30달러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이용시 8GB 용량의 '아이폰'을 199달러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16GB 제품은 299달러다.
◆휴대폰 시장 법칙에 순응한 애플
얼핏 보면 '아이폰' 가격이 상당히 저렴해진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지난 해 '아이폰'을 처음 선보일 당시 애플은 4GB 제품을 499달러, 8GB 제품을 599달러에 판매했다. 고가 논란에 휩싸인 애플은 출시 후 2개월만에 가격인하를 단행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자아냈다.
지난 4월 애플은 기존 2G 아이폰 재고 정리를 위해 또 다시 가격을 내렸다. AT&T와의 2년 약정 계약시 8GB 제품의 아이폰은 199달러, 16GB 제품은 299달러에 판매했다. 이번 3G 아이폰과 가격이 같다.
결국 이번에 애플이 대대적인 가격 인하라고 강조한 것은 사실상 지난 4월 인하한 제품 가격 그대로인 셈이다.
애플이 아이폰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까닭은 보조금 덕택이다. 애플이 이동통신사와 매출을 나누던 수익 구조를 보조금 형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을 비롯해 세계 어디서든지 2년 약정에 월 30달러 정도의 추가 요금을 지불할 경우 고가의 프리미엄 단말기를 공짜로 구할 수 있다.
단말기 유통은 이동통신사가 책임진다. 제조사로부터 휴대폰을 구매한 뒤 보조금을 태우는 형태다. 이동통신사는 약정 기간동안 휴대폰 사용자가 내는 요금에서 단말기 가격을 보전받는다.
애플이 지난 해 아이폰을 출시할 당시 가장 혁신적인 모델로 평가 받은 것은 이동통신사와의 매출 공유다. 휴대폰 업계는 애플의 시도를 통해 단말기 유통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애플 역시 휴대폰 시장의 기존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애플이 이동통신사와의 매출 공유를 포기한 까닭은 아이폰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다. 게다가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도 애플의 매출 공유 정책이 달가울리 없다.
AT&T가 매출을 나눠주면서까지 아이폰을 도입한 이후 실적이 상승하긴 했지만 상당수의 이동통신사들은 애플의 판매정책에 거부감을 보였고 출시 지역 확대를 위해 이를 포기한 것이다.
◆하드웨어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다양한 제품군 필수
애플은 현재 2G와 3G로 아이폰을 출시했다. 용량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 기능은 같다. 휴대폰 업계는 애플이 일반 휴대폰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품군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폰의 하드웨어적 성능은 뛰어나지만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일부 유저에게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휴대폰 시장은 인도, 중국, 동남아 등의 신흥시장 위주로 성장하고 있다. 제품도 중요하지만 휴대폰을 유통하고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때문에 애플 역시 휴대폰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중저가 제품과 스마트폰 성격보다 일반 휴대폰 성격을 가진 단말기를 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 휴대폰 제조사들이 '아이폰'과 비슷한 콘셉트의 스마트폰을 내 놓는것도 애플의 잠재적 위협 중 하나다. 애플만의 자랑거리인 유저인터페이스(UI) 개발에는 PC업체까지 뛰어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윈도 모바일의 경우 폭넓은 호환성을 자랑한다. 1만8천여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대부분의 작업들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게 해준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폰'에 대항하기 위해 '햅틱폰'에 적용된 터치위즈 UI를 스마트폰 '옴니아'에 적용했다. 소니에릭슨은 '엑스페리아 X1' 패널 UI를 탑재했고 HTC는 '터치 다이아몬드'에 터치플로 UI를 내장했다. PC 업체 아수스는 UI에 3D 그래픽을 적용한 글라이드 UI를 내 놓았다.
이 스마트폰들은 모두 MS의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윈도모바일을 사용하고 있다. 윈도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은 1만8천여개에 달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대부분의 작업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게 해준다. 애플의 맥OS용 애플리케이션은 아직 손에 꼽을 수준이다.
◆모바일 인터넷 사업 확장 나선 애플 행보에 주목
애플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면서까지 '아이폰'의 출시 지역을 늘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3G 아이폰과 함께 선보인 퍼스널 클라우드 '모바일미'에 있다. '모바일미'는 애플의 닷맥(.MAC) 서비스를 모바일로 옮겨 놓은 것으로 데이터 동기화 서비스다.
'모바일미' 덕분에 아이폰 사용자들은 PC와 아이폰 간의 모든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아이폰에 연락처를 저장하면 '모바일미'를 통해 웹상에 저장된다.
일정과 메모 역시 '모바일미'를 통해 전송된다. 사무실이나 집에 있는 PC를 통해 같은 작업을 해도 아이폰으로 이용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드웨어에서의 수익을 양보하는 한편 서비스 시장에서의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기존 닷맥을 통해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사용자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여기에 모바일이 도입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휴대폰 사용자를 닷맥과 연계되는 모바일미로 끌어들이는 한편 구글, 야후 등 기존 인터넷 기반 기업들을 견제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애플은 최근 웹브라우저 사파리를 노키아의 심비안에 제공하고 있다. 노키아는 OS는 심비안을 쓰고 있지만 웹브라우저 자체는 애플의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최근 휴대폰 업계에 불어온 스마트폰 열풍도 애플의 이 같은 전략을 뒷받침 해준다. 이미 기업 상당수가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는 아웃룩과의 연동 기능을 3G 아이폰에 탑재한 까닭도 같은 맥락이다.
비록 3G 아이폰이 하드웨어적인 참신함도 깜짝 놀랄만큼의 저렴한 가격도 무기로 갖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애플이 모바일 인터넷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은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명진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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