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가 정부 부처 개편과 업계 환경변화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정부의 갈팡질팡한 의무화 정책도 관련 업계의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에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위피'를 주도하던 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로 역할을 분담하면서 정책에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으로 '위피'의 연구개발(R&D)을 비롯한 전반적인 업무는 지식경제부로 이양됐지만 관련 법규인 상호접속기준 고시는 방통위원회가 분담하게 됐다.
그러나 민간에서 추진되던 위피 활성화 방안 중 하나인 '위피활성화재단' 논의가 중단되고 지경부와 방통위의 중점 과제가 달라 위피 정책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업계는 '위피'의 주무부서가 명확치 않아,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입장다른 방통위-지경부에 불안한 업계
위피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가 지식경제부로 넘어가며 정책에 혼선이 생기고 있다. 업무상의 구분도 명확치 않고 두 부처의 입장이 서로 달라 위피를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위피는 옛 정통부가 이의 사용을 '의무화' 하는 등 국내 무선인터넷 산업 활성화 및 기술확보 등에 정부차원에서 의지를 보여왔던 대목. 그러나 위피 사용 의무화는 이를 채택하기 어려운 외산 단말기 등에는 진입장벽으로 작용, 일각에선 통상마찰을 빚기도 했다.
문제는 정부조직개편으로 위피 정책이 이원화되면서 이의 의무화 및 통상문제 등을 둘러싼 부처간 시각차로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혼선을 빚고 있는 것.
무선통신 솔루션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와 지경부의 위피에 대한 입장차가 뚜렸하다"며 "과거 정통부가 위피 의무화에 의지를 보였으나 지경부의 경우 통상문제가 발생할 경우 위피 의무화를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는 위피 3.0 도입을 위해 활발히 논의를 계속 하고 있지만 부처간 입장차와 방통위의 조직 안정이 늦어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속히 위피에 대한 업무 배분을 마무리짓고 활성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캐나다와 스마트폰 '블랙베리' 도입 문제를 놓고 통상 마찰이 예상되자 '기업용 스마트폰'에 한해 위피를 의무탑재하지 않아도 된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지난 해 PDA폰까지 위피를 의무탑재해야 한다고 결정했던 바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블랙베리'의 의무탑재 예외에 대해 휴대폰 제조사도 반발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 출시된 스마트폰의 경우 모두 위피를 의무탑재해야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방통위든 지경부든 정확히 노선을 정하고 정책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은 스마트폰에 위피를 모두 의무탑재했는데 이는 산업활성화를 위해 만든 정책이 오히려 국내 업체들의 발목만 잡게 되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통사 입장변화도 불안 요인 중 하나
이동통신사들의 입장 변화도 위피 정책 표류의 이유 중 하나다. SK텔레콤과 KTF는 지금까지 위피에 대해 상반된 자세를 보였다. SK텔레콤이 위피 활성화에 주도적으로 나선 가운데 KTF는 위피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국내 휴대폰 시장이 2세대(2G)에서 3세대(3G)로 급격하게 변해가며 이동통신사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해외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리모(Limo) 등의 오픈플랫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점도 거들고 있다.
SK텔레콤은 2G 시장에서 독보적인 단말기 리더십을 갖고 있었다. 셀룰러와 PCS의 차이로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SK텔레콤 위주의 제품 개발에 주력해왔다. 모토로라와 스카이라는 든든한 아군도 있었다.
하지만 3G폰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며 SK텔레콤은 단말기 리더십을 잃어가고 있다. 3G폰의 경우 SK텔레콤과 KTF용 단말기를 동시에 개발해 공급할 수 있다. 통신 방식이 같기 때문이다.
설상 가상으로 모토로라의 부진까지 겹치자 해외 단말기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 단말기 도입에 나선 SK텔레콤은 위피가 도입 장벽이 되자 조심스레 입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패키지형 위피 플랫폼 'T팩' 역시 모토로라에서 단 2종의 휴대폰을 출시했을 뿐 국내외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5월 리눅스 플랫폼인 '리모(Limo)'의 회원사로 합류해 T팩을 비롯한 위피 사업에서 리눅스를 응용한 오픈 플랫폼 지원에 적극 나설것으로 전망된다.
한 이동통신사 임원은 "외산 단말기 도입과 해외 진출 미비 등 위피의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어 여기에 대한 조속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위피를 활성화 할 것인가 무선통신 산업 자체를 활성화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솔루션 업계 "위피에 리눅스 도입해 승부수"
위피가 목줄인 솔루션 업계는 정부와 이통사들의 입장 변화를 민감하게 주시하며 차세대 위피 버전 개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위피는 자바와 C언어로 구성돼 있다. 업계는 위피3.0에서 리눅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당초 위피는 성능보다는 호환성에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목적 자체가 이동통신사마다 다른 플랫폼을 표준화 하는데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대폰에 PC급의 CPU가 내장되고 멀티미디어 기능이 부각되며 고사양의 하드웨어를 지원하기 위한 오픈 플랫폼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빈번했다.
이에 업계는 위피3.0에 리눅스를 도입해 고사양 하드웨어 지원에 나서는 한편 다시 한번 세계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무선통신 솔루션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급박하게 환경이 바뀌어가고 있지만 이미 국내 시장은 대부분 위피가 탑재된 휴대폰들이 보급돼 있다"며 "범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오픈 플랫폼을 위피에 도입할 경우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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