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정보화 사업의 뿌리 깊은 악습으로 꼽히는 '머릿수 세기' 관행을 타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공 정보화 사업 중 일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지식경제부는 29일 "정부의 공공정보화를 비롯해 각종 정보화 사업에서 관행이 돼 버린 헤드카운팅(머릿수 세기) 제도를 폐지하고 프로세스에 의한 사업 관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경부는 현재 무조건 사업 발주자 인근 4km 근방에서 개발을 할 수 밖에 없는 계약 관행을 없애고 원격지 개발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투입 인력의 수량으로 사업 진행 상황을 감시하던 기존 체제를 바꿔, 사업 결과물을 평가해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감사원의 감사 관행도 개선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경부 성장동력실 소프트웨어산업과 김동혁 과장은 "의지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지경부는 물론 우정사업본부, 에너지관리공단, 한국전력 등의 부처에서 향후 예정된 정보화 사업 중 일부를 '머릿수 세기' 방식 대신 '기능점수(FP)에 의한 프로세스 기반 사업 관리'방식으로 수행하는 시범 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머릿수 세기 악순환 고리 끊기 위해 정부가 솔선
머릿수 세기란 정보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발주자가 '몇 명의 인력이 투입돼 며칠동안 일 했는가'를 기준으로 사업성과를 측정하던 관행을 말한다. 사업 진행 성과는 기능 점수나 프로젝트 프로세서로 검토되기도 하지만 가장 명확하게 눈에 보이는 형태는 결국 '사람 수' 였기 때문이다.
특히 초기에 예상했던 것보다 프로젝트가 종종 변경되는 일이 있어 발주자들은 개발 사업자를 '가까운 곳'에 두고 계약 당시 명기했던 인원이 반드시 상주하도록 감시했다. 감사원의 'IT 감사 매뉴얼'에도 개발 인력 투입 수량을 체크하는 항목이 있어, 발주사들은 감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지켜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관행은 IT 서비스 업체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고급 기술 인력을 해당 개발 사업에 장기간 파견해야 하고, 인력 공백이 생기면 또 다른 인력으로 메꿀 수 밖에 없어 수익성이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 게다가 고급 인력이나 전문 인력 양성도 어려워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IT 서비스 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경부가 이번에 '머릿 수 세기 관행 철폐'를 선언한 것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예정된 정보화 사업이 있다면 먼저 정보화전략계획(ISP) 및 업무 분석설계를 철저히 수립하고 이에 기반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지경부 김동혁 과장은 "분석 설계를 철저히 해 사전 준비 형태의 사업이 되기 때문에 굳이 머릿수 세기를 강조할 필요없이 준비된 프로세스에 따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머릿수를 따지지 않게 되면 4km 내에서 반드시 개발을 하도록 하는 관행도 없앨 수 있다는 것이 김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프로세스에 의해 사업이 관리되고 산출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원격지에서 개발해도 무리가 없다"면서 "원격지 소프트웨어 개발을 추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경부 뿐만 아니라 우정사업본부, 에너지관리공단, 한국전력 등도 이같은 내용을 갖춘 시범 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각 부처 관계자들은 이번주 중 회동을 갖고 실무 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경부 김 과장은 "예산이나 시범 사업 규모는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그동안 예산 문제로 ISP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강은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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