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디지털기기의 흐름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세계 최대 디지털가전쇼가 막을 내렸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나흘 동안 열린 '소비가전전시회(CES) 2008'이 10일(현지시간) 내년을 기약하며 폐막했다.
이번 전시회에선 TV, 휴대폰, PC 등 디지털기기들의 고품격 디자인과 소비가전 제품 간 무선연결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언제 어디서나 풀 브라우징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손안의 PC' 모바일 인터넷기기(MID)가 활발히 출시될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평판 TV 제품들과 휴대폰 등 각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활약상을 펼쳤다. 2만~3만여개 참가기업 중 예년 전시회에 비해 시선을 한 번에 모을만한 전시제품이 드물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가전협회(CEA) 측은 이번 전시회의 주요 컨셉트를 '그린(친환경) IT'로 삼았다. 이와 함께 탄소배출 감소, 각종 재활용·재사용 프로그램을 실천함으로써 디지털가전 업계에 환경경영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데 일조했다.
◆TV 등 제품만의 '개성'이 필요하다
평판 TV 등 디지털가전 분야에선 화질 등을 비롯한 각종 성능이 평준화되면서 각 제품만의 '개성'이 강조되는 모습이었다.
삼성전자가 2008년 액정표시장치(LCD) TV 전략모델 '시리즈6' '시리즈7'에 터치 오브 컬러(TOC) 기술을 적용해 TV 외관이 보는 방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고광택 색깔이 바뀌게 한 사례가 대표적인 예.
LG전자도 전략제품인 'LG60' LCD TV 후면을 하이그로시 레드 색상의 디자인으로 전면 블랙 색상과 조화를 이루게 했고,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 제품도 무채색의 형광체 구조에 코발트 컬러를 추가하면서 화질을 개선시켜 차별화를 꾀했다.
한국과 일본 기업들 중심으로 나타난 초슬림 TV 경향은 '포인트 주기'의 일환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었다. 파이오니아가 두께 9㎜의 PDP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고 파나소닉(마쓰시타전기)은 25㎜ PDP TV, 히타치는 두께 19㎜, 38㎜의 LCD TV를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각각 25㎜, 45㎜ 두께의 LCD TV를 공개하며 초슬림 경향에 동참했다. 이 제품들은 2008~2009년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상용화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췄다.
초슬림 TV 돌풍 속에서 백라이트 소재를 발광다이오드(LED)로 쓰거나, 기존 값싼 냉음극 형광램프(CCFL)를 쓰면서 두께를 최소화하고, 튜너를 빼 무선으로 배치하는 등 기술경쟁도 달아오르는 모습이었다.
이밖에 고품격 패션을 입은 휴대폰과 노트북 등 제품들이 즐비하는 가 하면, 각종 기기들의 멋스러움을 더해주는 액세서리 제품들도 다양하게 선을 보이면서 디지털가전이 패션의 일부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선없는 디지털거실 구현 한발 앞으로
TV, 홈시어터, 휴대폰, 게임기 및 각종 비디오·오디오(AV)기기들을 무선으로 연결하며 거실 안의 선을 최소화하는 흐름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은 일제히 무선으로 각 디지털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TV 제품들을 선보였다.
글로벌 디지털가전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와이어리스HD그룹은 이번 'CES 2008'을 계기로 기기 간 고화질(HD)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는 무선 고화질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HDMI)를 공급해나가기로 했다.
이로써 거실의 복잡한 선들을 줄이면서도 캠코더의 동영상을 그대로 TV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등 각종 AV기기 간 고화질 콘텐츠를 무선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관련 제품 및 시스템들이 올해 활발히 출시될 전망이다.
◆'주머니 속 인터넷시대' 성큼
인텔이 MID 전용 플랫폼 '멘로우'를 선보이면서 손이나 주머니 속에 쏙 들어오는 소형 인터넷기기가 폭넓게 확산될 조짐이다. MID는 울트라 모바일 PC(UMPC)보다 작고 휴대성이 용이하면서, 스마트폰보다 더 개선된 풀 브라우징을 구현하는 디지털기기로, 2008년 중반부터 본격 출시될 전망이다.
인텔은 올해 상반기 출시하는 '멘로우' 플랫폼의 강점을 알리면서, 각종 MID들을 시연할 수 있는 부스를 마련했다. 삼성전자가 관련 무선 반도체 칩셋을 제공하는 한편 LG전자, 소니, 도시바, 후지쯔, 레노보, 기가바이트, 아이고 등 다양한 기업들이 MID를 선보이며 새로운 디지털기기의 확산을 예고했다.
폴 오텔리니 인텔 회장은 '주머니 속 인터넷'의 구현을 새로운 디지털시대의 혁명이라 거론했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MID의 확산을 예고하는 등 소형 인터넷기기 세상의 도래는 코앞으로 다가온듯한 인상을 남겼다.
◆'블록버스터' 빈곤 아쉬움으로
세계 최대 IT기기 전시회로 글로벌기업들의 역작이 일제히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이번 'CES 2008'은 한 눈에 세계 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제품이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삼성전자, LG전자는 그 속에서 혁신적인 디지털기기 신제품들을 선보이면서 반사이익을 얻었다. 삼성전자는 삼성SDI와 함께 차세대 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활용한 TV 신제품들을 유일하게 선보이면서 시선을 모았다. LG전자도 혁신적인 평판 TV와 '오디오의 거장' 마크 레빈슨이 튜닝한 AV기기, 손목시계 형태의 와치폰 등으로 주목을 끌었다.
반면 소니는 지난 'CES 2007'에서 선보였던 OLED TV를 이번에 미국 시장에서 출시한다는 소식 외에 새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고품격 디자인의 '아르마니 TV'를 일부 핵심 고객들에만 공개해 관람객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파나소닉의 세계 최대 381㎝(150인치) PDP 등이 눈길을 끌었지만, 'CES 2008'이 세계 관람객들의 오감을 자극하기엔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C넷이 선정한 이번 전시회의 최고제품은 절전기능이 뛰어난 필립스의 '에코TV'였다. 네티즌들은 모토로라의 버추얼 키패드폰 'ROKR E8'을 최고 상품으로 꼽았다.
국내 전자 대기업의 한 임원은 "이번 전시회에서 한국과 일본의 몇몇 업체들이 볼거리를 제공한 것 외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제품이 없었다"고 평했다.
◆'그린IT' 확산에 주목
'CES'를 주최하는 CEA 측은 이번 전시회의 주요 테마로 '그린IT'를 선정해 행사 기간 중 쓰인 각종 제품들을 재활용·재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탄소기금협회와 파트너십으로 'CES 2008' 기간 중 탄소배출량을 2만톤 가량이나 줄이는 데에도 나섰다.
삼성전자, LG전자,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소비전력이 낮고, 환경 유해물질을 포함하지 않고 있는 친환경 가전들을 소개하는데 나섰다. 노키아는 자동차용 모바일기기 및 시스템의 친환경 특성을 알리기 위해 녹색으로 꾸민 자동차를 들여오는 한편, 자체적으로 부스를 마련해 자사 제품과 기술의 '그린 특성'을 부각시키는 모습이었다.
이밖에 각 기업들은 톡톡 튀는 친환경 상품들을 소개하고, 전시부스도 녹색 중심의 자연물들로 꾸미는 등 '그린IT'의 확산에 일조했다. 향후 친환경 경향에 소홀한 기업은 고객사 및 일반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환경경영에 적극 나서는 자세가 요구된다.
라스베이거스(미국)=권해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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