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하나가 보안 시장에 무료 백신 논란을 불러왔다.
알집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가 실시간 감시 기능이 포함된 무료 백신 '알약'을 선보이면서 무료 백신 시장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내 거대 포털인 네이버가 실시간 감시 기능이 포함된 'PC그린' 서비스를 제공하려다 일부 보안업체들의 반발로 무산된 이후, 이스트소프트가 바톤 터치를 한 것.
알집, 알송 등 소위 알브랜드로 친숙한 이스트소프트가 실시간 감시 기능이 포함된 무료 백신을 개인에게 제공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긍정적인 반응이 줄을 이었다. 베타서비스 중인 알약을 체험하려는 소비자의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 쪽에서는 무료 백신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득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무료 백신 시장은 대세'라는 주장에 대해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 PC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책"
최근 소비자들은 바이러스·악성코드를 잡아준다는 일부 개인용 바이러스 업체들의 횡포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다. 기본적인 기술력이나 고객지원센터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 치료비 명목으로 일정액을 챙긴 뒤 악성코드 치료는 뒷전인 모습을 보이는 업체들이 적지 않은 것.
그 뿐 아니다. 얼마 전에는 가짜 바이러스를 유포한 뒤 자신들이 치료를 하는 듯 개인 소비자를 우롱한 업체가 발각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용 백신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이런 상황일수록 신뢰할 만한 백신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국발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에 개인용 PC가 악용되는 사례 역시 무료 백신의 당위성을 더욱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조원영 보안담당이사는 "최소한의 방어 대책을 마련해준다는 측면에서 무료 백신 시장은 환영할 일"이라며 "해외에서는 AOL 등이 무료 백신을 배포하고 있으며, 국내 역시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트소프트 김명섭 팀장은 "백신 시장에서 개인용 유료 백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 이번 무료 백신 제공은 보안 업계 진출이 아닌 소프트웨어 사업의 연장선상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존 보안업계의 시장 논리를 크게 해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개인 PC 사용자 환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것이 이스트소프트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스트소프트의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제 발생 땐 책임 물을 길 없어" 반론도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사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이다. 개인 소비자가 무료 백신을 쓰다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업체에 불만을 제기해도 딱히 해결책을 제공받을 수 없는 현실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기업용 백신 시장이 유료 정책을 고수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료로 쓰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개인 소비자는 해당 업체로부터 해결책을 제시받지 못할 것"이라며 "무료 백신의 대중화가 오히려 소비자 권리를 잃게 만드는 셈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외국 엔진에 대한 기술 의존도가 높아지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라며 "무조건 외국 엔진을 임차해 너도나도 보안 업계에 진출하는 것은 우려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 트렌드마이크로 박수훈 이사는 "외국 엔진을 주문자상표부착(OEM) 형식으로 임차하는 경우 대개 최신 버전보다 한 단계 낮은 버전을 들여온다"며 "글로벌사에서 엔진을 자동 업데이트 한다 하더라도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무료 백신에 대한 논쟁이 가열화되는 상황 속에서 국내 보안 업계에게 주어진 과제는 더욱 뚜렷해지게 됐다. 유료와 무료의 기준이었던 '실시간 감시 기능'이라는 마지막 보루가 없어진 상황에서 무료 백신과 차별화하는 것이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료 백신 시장 도래가 기존 시장에 안주하던 보안 업계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채찍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한국 카스퍼스키랩 이창훈 이사는 "결국 문제 해결의 키는 소비자가 쥐고 있을 것"이라며 "무료 백신은 양날의 칼날과 같은 것이므로 소비자가 장단점을 판단해 사용자 환경에 맞는 백신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소정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