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한글 검색서비스를 시작한 건 2000년 9월이지만, 대중적인 관심을 갖게 된 건 산업자원부 후원으로 국내에 R&D(연구개발)센터를 만든다고 발표한 지난 해 10월 부터이다.
특히 올 해 4월 R&D센터 디렉터로 조원규 사장을, 사업운영 매니징 디렉터로 이원진 사장을 선임하면서 구글코리아의 국내 활동도 본격화되고 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구글은 포털분야에서 상반기 가장 크게 성장했다. 구글의 성장율은 4.86%로 1위, 2위는 파란 (1.66% ), 3위는 네이버(1.20%)였다.
구글이 "인터넷은 문화다"라는 공식을 깨고 한국에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구글 R&D센터에 몰린 젊은이들이 국내 산업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날은 언제쯤일까.
지난 21일 미디어간담회에서 조원규 사장(R&D 총괄)을 만났다. 구글도 기업이었고, 이 때문에 '이용자 중심주의(구글철학)'을 실정법에 맞춰 후퇴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비슷한 방식의 경쟁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데 올인하는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래서 네이버나 다음처럼 '실시간 인기검색어'를 둔다든지, 뉴스에 네티즌들이 자유롭게 댓글을 붙이는 방식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조 사장은 "구글뉴스에도 댓글 기능이 있는데 관련자나 전문가만 붙일 수 있다. 메일로 관리자에게 의견을 보내면 판단해서 붙인다"고 말했다.
국내 네티즌들은 포털에서 대중들의 그날 관심사를 엿보고(실시간 인기검색어) 하고 싶은 말을 자연스럽게 적는 데(댓글)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구글코리아는 이런 서비스는 생각 안한다.
조원규 사장은 "댓글 제한은 워낙 폐해가 많아서이고, 우리는 시류에 따른 대중의 이슈들 보다는 개인들의 정확하고 편리한 검색에 관심을 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구글코리아 엔지니어들은 검색의 한국어 처리에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있었다. 구글코리아 본사가 위치한 강남구 테헤란로 강남파이낸스센터 22층에는 R&D 부문과 영업마케팅 부문을 합쳐 80~100여명이 일한다. 숫자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구글본사나 글로벌 쪽 인력이 오가기 때문이다.
조원규 사장은 "현재 서비스되는 번역기능은 1차 기계어 번역수준이지만, 전세계적으로 구글은 완전한 기계번역을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 R&D 센터에서도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식 청소년 보호, 국내 포털과 얼마나 다를까
구글의 R&D센터는 세이프서치엔진도 개발하고 있었다. 개방검색이어서 청소년에게 음란물이 그대로 노출되자 정통부가 대책을 요구했고, 세이프서치를 이용해 곧 서비스될 예정이다.
조원규 사장은 "구글은 일반적으로 금칙어에 대해 차단되지 않는다.(그러나) 구글철학과 한 국가의 정책이 다를 수 있다"면서 "누가 검색하느냐에 따라 키워드가 아닌 콘텐츠를 걸러내는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들어 '강간'을 청소년이 아예 검색하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강간' 콘텐츠중 문제없는 '강간구제센터' 같은 곳은 청소년도 볼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이런 방식은 '강간'이라고 검색창에 치면 성인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관련 콘텐츠를 아예 볼 수 없는 다른 국내 포털들과 다르다. 구체적인 내용은 서비스가 이뤄져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조원규 사장은 "누가 검색했느냐에 따라 특정 키워드 자체에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모니터링요원을 두는 것도 검토중이나, 그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부가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검색광고(CPC) 관련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려는 데 대해서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지만 실정법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구글은 애드센스와 관련, 국내 인터넷기업인 웃긴대학과 갈등을 빚었고 현재 소송이 진행중이다.
웃긴대학 이정민 사장(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장)는 최근 정보통신망법 공청회에서 "부정클릭에 대한 통계 등을 광고사업자가 명확하게 제공하지 않아 금액이 작은 사건이나 소액 광고주, 작은 인터넷 매체들은 억울해도 소송 부담때문에 포기하고 있다"며 "분쟁조정위가 광고사업자들에게 분쟁에 관련된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반기 한글유튜브 오픈, 애드센스 국내영업 등 관심
조원규 사장은 "한글 유튜브는 오픈을 준비하고 있으며, 국내 블로거들이 애드센스 계약시 본사와 해야 하는 것과 관련, 한국으로 (영업권을)끌어오는 데 관심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글은 공정위로 부터 애드센스 약관 시정명령을 받아 일부 수정하기도 했으며(해외는 제외), 2천만 페이지뷰 이상의 프리미엄 애드센스 고객도 조선일보, 한겨레 등 일부 확보하고 있다.
구글코리아는 댓글이나 실시간 인기검색어를 하지 않고 성인물 검색도 콘텐츠 필터링으로 해결하려 하는 등 신선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google.cn)에서는 '천안문'이라고 치면 천안문 사태 관련 사진이 보여지지 않는 등 다른 한편으로는 철저히 해당 국가의 정책에 맞추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구글코리아도 청소년보호를 위한 성인인증이나 CPC 자료 제출 등에 있어 국내 법에 그대로 적응해 가는 모습이다. 국내 기업들과의 규제형평성 측면에서는 당연한 일이나, 구글 철학 역시 해당국가에서의 수익을 위해서는 변형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구글코리아의 미디어 간담회가 끝나고 "만약 포털들이 어떤 정보를 검색으로 못찾게 한다면?"이란 걱정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중국인들은 완전 개방검색이라는 구글에서도 '천안문 사태'를 접하기 어려운데, 구글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현실에는 존재해도 검색으로는 찾을 수 없어 사람의 인식에서 사라지는 무서운 세상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원규 엔지니어링 디렉터는 온라인 평판 검색업체인 (identify/reputation/trust space) 벤처기업인 오피니티(Opinity Inc.)를 전 벤처포트 사장인 한상기씨와 함께 창업했다.
그전에는 새롬기술을 공동으로 만들었고 최고기술경영자(CTO)를 거친 뒤, 국내 인터넷전화(VoIP) 업체인 다이얼패드 커뮤니케이션을 공동 창업하고 여기서 최고기술경영자(CTO)를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컴퓨터 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현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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