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메모리 반도체업계에 '적자 강풍'이 불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반도체 가격 하락이란 악재를 피해가지 못하고 적지 않은 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 초중반까지 반도체 업계와 증권가에서 떠돌던 "세계 반도체업체들이 일제히 적자를 기록할 것이다"는 암울한 전망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는 1분기 내내 D램과 플래시메모리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진데다, D램 가격은 2분기 들어서도 지난해 말 수준의 반값 아래로 떨어지면서 물량이 넘쳐난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해 엘피다메모리, 대만의 이노테라메모리 등이 흑자에 성공해 그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D램 가격이 손익분기점(BEP) 수준까지 떨어진 가운데 생산량 확대를 늦추지 않는가 하면, 잘 할 수 있는 사업영역에 집중해 위기 극복에 성공했다.
◆'규모의 경제' 싸움에서 승리
지난 2분기 중반 삼성전자 측은 "삼성 반도체에 적자는 없다"면서 "D램 가격이 생산비용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져도 '규모의 경제'를 위한 생산성 확대는 지속한다"고 강조했다. 생존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업계에서 규모의 싸움 또한 냉철한 전략의 하나라는 의미였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반도체시장의 불황 한파를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이들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붕괴'까지 거론되는 와중에도 생산성 확대를 늦추지 않았다.
두 업체는 이제 막 70나노 공정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대만업체들보다 앞서 2분기에 이미 60나노대 공정을 도입하며 생산성을 높이는가 하면, 제품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300㎜(12인치) 웨이퍼 라인을 확보하는 데에도 주력해왔다. 이는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줄줄이 적자에 빠지는 상황에서 소규모지만 돋보이는 이익을 내는 요인이 됐다.
4~6월 대만의 파워칩세미컨덕터가 3년여만에 적자로 냈고, 난야테크놀로지는 시장의 예상치보다 5배 정도 높은 적자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키몬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플래시메모리그룹 등 업계 상위 업체들도 줄줄이 적자를 낸 것은 물론이었다.
◆업계 침체속 특유전략으로 적자모면
'선택과 집중'도 2분기 좋은 실적을 거둔 기업들의 주요 성공전략이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메모리 가격이 2분기부터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D램 라인의 일부를 낸드플래시 생산용으로 전환하는 전술을 택했다. 그래픽 D램같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 판매에 집중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집중했다.
매출 기준으로 지난 해 메모리반도체 업계 5위를 기록했던 엘피다의 흑자 요인도 관심을 끈다. 지난 4~6월 37억엔의 영업이익을 올린 엘피다는 파워칩과 함께 세운 렉스칩일렉트로닉스로부터 D램을 공급받아, 소비가전이나 모바일 기기용으로 제품을 공급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PC용 D램 가격이 급락하는 가운데 단가 인하 문제를 적잖이 피할 수 있었다. 엘피다는 지난 1분기 D램 출하량 기준 13.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마이크론과 키몬다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또 매출 점유율도 12.4%를 차지하며 3위의 키몬다를 바짝 뒤쫓았다. 엘피다는 지난 5월 중순 '더 이상 가격인하 경쟁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밖에 키몬다와 난야가 함께 세운 이노테라는 고효율의 D램 웨이퍼 생산에 집중하는 사업구조와 함께 가파른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분기 3억9천600만NT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엘피다와 이노테라의 4~6월 영업이익률은 3.4%, 3.7%였다.
현재 대만의 파워칩과 난야, 프로모스 등은 70~80나노 공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술적인 한계로 수율을 안정화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업체의 70나노급 공정은 올해 연말 무렵에나 정상궤도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찌감치 생산성 확대에 주력해온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 개선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해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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