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디지털 음악 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까?"
MS가 올해 중으로 아이팟 대항마로 '준(Zune)이란 MP3 플레이어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함에 따라 애플과의 한바탕 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MS와 애플 간의 MP3 플레이어 경쟁이 가열될 경우 디지털 음악 시장의 성격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많다고 AFP통신이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 음반회사 적극 껴안을 듯
그러면 MS가 노리는 전략은 과연 어떤 것일까? 이에 대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MS가 소비자 대신 음반회사나 아티스트을 적극적으로 껴안는 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했다.
새너제이에 자리잡고 있는 마케팅 컨설팅 회사인 엔덜 그룹(Enderle Group)의 롭 엔덜 애널리스트는 "MS가 애플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시장 구도를 변화시킨 뒤 애플을 여러 업체 중 하나로 전락시키려 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MS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MP3 기술을 파트너업체들에게 라이선싱하는 쪽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많다고 롭 엔덜은 전망했다. 롭 엔덜은 "MS는 애플을 포위한 뒤 군소 업체로 바꿔버리려 노력할 것이다"라면서 "굉장히 현명한 전략이긴 하지만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애플의 아이팟 디자인과 마케팅은 철저히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는 반면 MS는 음악을 비롯한 각종 콘텐츠를 생산하는 아티스트들을 껴안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엔덜은 "만약 MS가 아티스트들을 열광시킬수만 있다면 소비자들도 열광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면서 "만약 그들이 아티스트들을 집단적으로 흥분시킬 경우엔 스티브 잡스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MS는 풍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 한 동안 손해를 보더라도 지속적인 공세를 벌일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이미 MS는 X박스를 앞세워 게임 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때도 이 같은 전략을 쓴 바 있다.
◆ 휴대폰 업계 전략 차용할 수도
MS가 휴대폰 업계의 전략을 디지털 음악 시장에 그대로 적용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년간 온라인 음악 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단말기 가격을 대폭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고객들을 유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엔덜은 MS가 MP3 기술을 자동차, 휴대폰, 비디오 게임, 컴퓨터 등과 연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세계 컴퓨터의 90% 이상을 지배하고 있는 MS로선 이런 작업이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엔 그 동안 알고 있던 MP3 시장의 기본 상식은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다고 엔덜은 지적했다.
하지만 MS가 전통적으로 하드웨어 디자인과 마케팅 부문에서 상당히 취약했던 점은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엔덜은 강조했다. 반면 애플은 이 부분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막강한 실력을 과시해 왔다.
애플 역시 MS의 디지털 음악 시장 공세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이미 애플 경영진들은 오래 전부터 MS가 아이팟이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 음악 시장 쪽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예상해 왔다.
주피터 리서치의 마이클 가텐버그 부사장은 "애플이 오래 전부터 이런 움직임을 예상해 왔다. 이들은 이 문제를 대비해 왔다"라고 말했다. 엔덜 역시 이 문제에 대해선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애플이 연말까지 아이팟을 대체할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 "소니 전철 밟을 가능성도 있다"
MS의 디지털 음악 시장 공략 프로젝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윈도 비스타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MS가 동시에 MP3 플레이어와 온라인 음악 서비스 준비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가트너 그룹의 마이크 맥과이어 애널리스트는 또 다른 메이저 회사인 소니가 애플의 아이팟에 도전장을 던진 뒤 고전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라고 지적했다. '워크맨'으로 아날로그 음악 시장을 지배했던 소니는 지난 해 야심적으로 MP3 플레이어를 선보였지만 시장에서 이렇다 할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맥과이어는 AFP외의 인터뷰에서 "(MP3 시장 공략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그것은 자금 뿐 아니라 인력과 많은 노력을 요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MS는 아이팟을 공략하면서 동시에 윈도 비스타 운영체제 출시 준비도 해야 한다는 점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맥과이어가 경고했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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