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권서아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통해 최대 45조원을 조달하고 이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첨단 패키징 공장, 차세대 반도체 생산설비 확충에 투입한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차세대 D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대규모 자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SK하이닉스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Y1), 청주 P&T7 첨단 패키징 공장, 미국 인디애나 패키징 시설 등에 총 55조9196억원 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미국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 상장을 추진한다. ADR 상장 예정일은 다음 달 10일이다. 최대 발행 규모는 신주 1779만주다.
이날 종가 기준 약 45조원 규모다. 실제 조달 금액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ADR 상장을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닌 AI 시대 메모리 주도권 경쟁을 위한 생산능력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초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앞으로 5년간 반도체의 주재료인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당시 "메모리 병목현상은 2030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라며 "생산능력 확대를 전속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최근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수천억 달러 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AI 서버 수요 확대는 HBM과 D램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메모리 업계가 향후 수년간 공급 확대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생산능력 측면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와 격차를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현재 D램 생산능력은 삼성전자를 100으로 가정할 경우 SK하이닉스는 60~70 수준, 마이크론은 40 안팎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후공정뿐 아니라 웨이퍼 투입량과 D램 생산 규모 자체를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HBM 역시 결국 D램 생산능력이 뒷받침돼야 물량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용인 Y1 공장 건설과 청주 P&T7 첨단 패키징 공장 구축, EUV 시설 투자 등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EUV 투자 규모가 눈길을 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공시한 증권신고서에서 올해 3월 11조9497억원 규모의 EUV 스캐너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EUV는 HBM과 차세대 D램 생산에 필수적인 고가의 장비다.
용인 Y1은 내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차세대 D램 생산기지다. 청주 P&T7은 HBM 등 AI 메모리 생산 확대를 위한 첨단 패키징 공장이다. 미국 인디애나 시설은 AI 메모리 패키징과 연구개발(R&D) 거점 역할을 맡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이번 ADR 상장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 기반도 넓힌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ADR 상장 이후 투자자 저변이 확대돼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AI 기술 혁신의 중심인 미국에서 접점을 넓혀 글로벌 기업으로서 위상을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증시 티커는 'SKHY'로 정했다. SK그룹을 뜻하는 'SK'와 하이닉스(Hynix)를 결합한 이름이다.

SK하이닉스가 이번 ADR 상장 이후 물량을 조금씩 늘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광주 반도체 공장 투자를 위한 자금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도 1997년 미국 증시에 ADR을 상장한 이후 주식 수를 점차 늘려온 바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SK하이닉스 역시 향후 투자 규모가 커질 경우 추가 ADR 발행이나 다양한 자본 조달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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