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구글이 공개한 인공지능(AI) 기술 ‘터보퀀트’를 둘러싸고 메모리 반도체 수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터보퀀트는 AI가 답을 만들 때 사용하는 ‘KV 캐시’ 메모리를 압축하는 기술이다. 같은 작업을 하면서도 메모리 사용량이 6분의 1에 불과하고, 속도는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는 게 구글의 설명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빅테크들의 메모리 구매가 6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 연구진은 지난 24일(현지시간) 구글리서치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터보퀀트 기술의 적용 사례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게재했다.
구글 연구진은 지난해 논문 형태로 터보퀀트 기술을 소개했는데, 이번에 실제 적용 사례가 추가되며 시장의 관심이 커졌다. 특히 고가의 메모리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 부각되며, 메모리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도 흔들리는 분위기다.
일부 외신도 터보퀀트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메모리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 등은 기술 공개 이후 메모리 기업 주가 하락 배경으로 수요 감소 우려를 지목했다.

하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반론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JP모건 트레이딩 데스크는 “이번 기술은 이미 공공 영역에 공개돼 있던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최근 매도세는 기존에 메모리 비중 축소를 고려하던 투자자들에게 명분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효율 개선이 오히려 더 많은 데이터 처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요 감소보다는 확대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국내 증권사들도 비슷한 결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터보퀀트로 추론 비용이 낮아질 경우 장문맥 처리와 대규모 배치 활용이 가능해진다”며 “전체 추론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온디바이스 AI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포인트”라며 “쿼리와 토큰 사용량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단기 우려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번 기술은 이론적으로 과도했던 AI 수요를 현실 수준으로 맞춰주는 역할”이라며 “현재는 메모리 공급이 부족한 상황으로 즉각적인 업황 훼손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 상용화와 실제 수요 변화 사이에는 시차가 존재한다”며 “지금은 여전히 적극 대응 구간”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산업을 오래 지켜본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이 과거에도 반복된 바 있다고 지적한다.
김장열 유니스트자산운용 본부장은 “과거 2017~2018년 데이터센터 투자로 빅테크들의 메모리 수요가 급증했을 때도, 일정 시점 이후 메모리 사용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등장했다”며 “이후 메모리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 실효성에 대한 신중론도 있다. 일부 시장 참여자는 벤치마크 환경과 실제 서비스 환경 간 괴리가 존재할 수 있고, 압축 수준이 높아질수록 정확도 저하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터보퀀트를 둘러싼 논쟁은 ‘메모리 사용 감소’와 ‘AI 수요 확대’라는 상반된 시나리오가 동시에 제기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투자심리가 흔들렸지만, 중장기적으로는 AI 확산 속도에 따라 메모리 수요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메모리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투자 심리도 이날 상당 부분 흔들렸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전일보다 3.49% 내린 18만2400원, SK하이닉스는 4.37% 내린 95만1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전일 3.4% 하락한 382.0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박지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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