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희 기자] 하림지주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교환사채(EB)를 통해 전량 매각했다. 지배주주 김홍국·김준영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주회사 전환과 흡수합병·주식교환 과정에서 생겨난 마법의 자사주를 금융회사에 넘겨 대주주의 잇속만 챙긴 셈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지주는 지난 4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1474만주를 처분해 EB로 발행하기로 했다. 처분 예정금액은 1432억원으로, 이 중 142억원은 One ERP 구축을 위한 설비투자에, 나머지 1290억원은 단기 차입금 상환에 투입된다. 교환사채 인수자는 NH투자증권이다.

처분 예정인 자사주는 2018년 옛 제일홀딩스(현 하림지주)와 옛 하림홀딩스 간 합병의 산물이다. 옛 제일홀딩스가 하림홀딩스를 흡수합병하면서 옛 하림홀딩스의 자기주식이 합병 제일홀딩스의 자기주식으로 전환됐다. 당시 배정받은 신주가 1765만5127주였다.
또 옛 제일홀딩스는 2022년 3월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던 NS쇼핑(옛 농수산홈쇼핑)을 인적분할 후 합병하는 방식으로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 과정에서 NS쇼핑은 보유 중이던 자사주를 전량 소각했고, 제일홀딩스는 신주 189만주 가량을 취득했다.
하림지주는 이처럼 지주회사 체제 강화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2022년 교환사채(3EB)를 통해 398만주 처분했고, 또다시 교환사채를 통해 채무상환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자금은 내년 6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에 활용된다. 특히 오는 8일 만기되는 450억원 규모 차입금은 NH투자증권 브릿지론으로 먼저 막고, 이후 EB 납입대금으로 브릿지론을 갚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이번 EB 발행 배경에 자회사 하림산업 지원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림산업은 2022년 말 지주사에 편입된 이후 적자를 이어왔고, 현금흐름도 마이너스 상태다. 여기에 하림지주는 ‘자금보충약정’을 맺어 하림산업 차입금에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자금을 직접 투입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약 1300억원이 책정돼 있는 상황이다.
/김민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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