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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맹비난했던 미분양 매입 재개⋯"왜?"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 LH 3천가구 매입계획 발표
"투자·고용부진 속 미분양으로 지역경제 회복 지연"
'적정 가격' 두고 논란 불가피⋯LH 재무부담도 관건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정부가 지방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한 대책으로 한국주택토지공사(LH)의 미분양 주택 3000가구 직접 매입 방안을 내놨다. 지역경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일환이지만 LH로서는 재무부담이 커지는 데다 매입 적정가격에 대한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어서 가시밭길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는 주택 수요 진작을 위한 대출 한도 확대나 취득세·양도세 완화 등 강도 높은 대책이 추가로 포함돼야 효과가 클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미분양이 많이 적체된 대구의 아파트 단지 전경.

"미분양에 장사없어"…원희룡이 비난했던 미분양 직접 매입

19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이 중 LH가 준공 후 미분양, 이른바 '악성 미분양'을 직접 매입하는 대책이 포함돼 있다. LH의 미분양 매입은 지난 2010년 이후 15년 만에 재개하는 것이다. 금융위기 당시 LH는 3년간 미분양 아파트 7058가구를 매입했다. 지난 2008년 5028가구로 가장 많았고 2009년과 2010년에는 1317가구, 713가구 매입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방 중심의 건설수주 감소 영향으로 투자·고용 부진이 장기화하고, 준공 후 미분양이 느는 등 부동산 시장이 위축돼 지역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미분양 주택 공공 매입에 선을 그어왔다. 전국에 미분양이 7만5000가구까지 쌓였던 2023년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공에서 매입해 준공 후 환매해달라는 업계의 건의에 "보증을 다 받으면서 환매하라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며 "주변 시세와의 마찰 때문에 일어나는 소비자들의 분양 소극성을 세금으로 분양(정부가 매입)하는 것은 반시장, 반양심적 얘기"라고 지적했다. 준공후 미분양인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36가구를 2022년 매입한 LH를 향해서도 "내 돈이었으면 이 가격에 안 산다"면서 "국민 혈세로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이라며 공개적으로 강도높게 힐난해 주목받은 바 있다.

하지만 지방의 미분양 적체가 심화하자 LH가 직접 매입하도록 정부 입장이 바뀌었다. 정부는 미분양 주택 해소 방안으로 미분양을 사면 1가구1주택 특례를 주고 주택 수에서 제외하겠다는 내용 등을 발표했는데,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LH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직접 매입해 '든든전세주택'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미분양 매입 가격 눈높이 맞아야"…"대출·세제 혜택 빠져"

정부의 대책 발표에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지방의 임대 수요가 줄어 매입형 등록임대를 허용한다고 해도 수요가 있을지 미지수"라며 "분양가보다 크게 저렴하게 미분양을 매입한다면 시공사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어 선뜻 나설 수 있는 업체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분양 매입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은 기준 가격이다. LH는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사들여야 하는데, 15년 전에는 대부분 분양가의 70% 이하에 사들인 바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지방의 미분양 주택을 매입·운영하는 CR 리츠 출시 등 민간의 미분양 매입 방안도 똑같이 가격이 관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에서 CR리츠로 미분양 주택을 임대로 운용하는 기간에 사실 수익이 많이 나지 않고, 보통 임대 기간 만료 후 미분양 주택을 되파는 청산 과정에서 수익이 나는 구조"라며 "비싸게 매수하게 되면 미래 가치를 보장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분양 주택을 넘기는 시행사 입장에서는 높은 가격에 파는 게 유리하니 CR리츠와 시행사 양쪽의 입장을 조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야 하는 LH의 재무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건설업계는 취득세 중과 배제나 양도세 부담 완화 등 파격적인 대책이 포함되지 않아 대책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으로 준공 후 미분양을 매수하는 주택 수요자들은 디딤돌대출 우대금리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업계에서 계속 주장해 온 양도세 감면이나 취득세 중과 배제 등은 이번 대책은 빠져 있다는 점이 크게 아쉽다"고 말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가는 전반적으로 크게 올랐는데 대출 한도를 완화해주는 방안이 이번에 포함되지 않아 대출 규제 방침의 변화는 없다는 얘기"라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대한주택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는 이날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과 시장 침체를 일정 부분 해소하는 대책으로 환영한다"면서 "이번 대책에서 전반적인 주택수요를 진작할 수 있는 세제, 금융 지원 등 핵심적인 유인책이 담기지 않아 아쉬우며, 빠른 시일 내에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건설협회도 "정부의 시의적절한 대책 발표에 건설업계는 일제히 환영한다"면서 "고사 직전의 지방 부동산을 살리기 위해서는 DSR 대출 규제의 한시적 적용 완화가 절실한데, 이번 대책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다소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효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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