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가 '원칙과 상식' 모임을 통해 이재명 체제에 대한 본격적인 '내부투쟁'을 시작했다. "함께할 사람들이 4~50명 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수긍했다"며 세력 확대를 위한 '영끌전략'에 나섰지만 경쟁력·대안 부재 등으로 전망이 밝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명계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은 지난 16일 의원모임 '원칙과 상식'을 결성하고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당내 '도덕성·민주주의·비전 회복'을 목표하며 당장 탈당과는 거리를 뒀으나 연말까지 개선이 없을 경우 '또 다른 결단'이 있을 것을 예고했다.
'원칙과 상식'은 일단 내부 투쟁과 세력 확대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김종민 의원은 "뜻을 같이하는 40~50명의 의원들이 있다"고 추가 합류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는 19일에는 '청년 간담회'를 열고 하헌기 전 부대변인, 양소영 전국대학생위원장 등 당내 청년 정치인들과도 접촉할 예정이다.
친이낙연계인 윤영찬 의원은 17일 라디오에서 "(이낙연 전 대표께) 의원들의 움직임과 생각을 말씀드렸고 그 부분에 수긍하셨다"며 '이낙연 동조론'을 펴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의 경쟁자인 이 전 대표를 언급해 위상을 부각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윤 의원은 이 전 대표와 사전에 '원칙과 상식' 결성을 상의한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원칙과 상식'은 출범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이재명 대표를 향한 공세를 폈다. 이들은 17일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지도부를 겨냥해 "인요한과 경쟁하는 민주당이 없다"고 비판했으며, 이원욱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의 '험지 출마'를 재차 촉구하기도 했다. 공세가 본격화되자 친명계·강경파인 민형배, 김민석 의원은 각각 "공천 보장 투정하는 것(17일)", "당이 싫으면 나가면 된다(16일)"라고 반박했다.
당내에서는 '원칙과 상식'의 세력 확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우선 구속영장 기각 이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이재명 총선'은 불가피하다는 내부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비명계·중립 성향 등 친명계가 아닌 의원을 향한 '공천 불이익(현역의원 평가 하위권 감점)'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 당 2인자인 홍익표 원내대표는 '시스템 공천'의 공정성을 강조하며 비명계 달래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중립 성향 의원은 통화에서 "'원칙과 상식'의 전신인 비명계 토론모임 '민주당의 길'만 해도 20여 명의 의원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원칙과 상식' 멤버는 단 네 명뿐이다"라며 "이재명 체제가 강화되면서 그만큼 비명계의 입지도 축소된 것이다.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굳이 (원칙과 상식으로) 드러내놓고 할 필요가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원욱 의원(3선)을 제외하면 모두 초선(윤영찬)·재선(김종민·조응천)에 해당해 뚜렷한 리더 격의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명계 중 최다선(5선)에 해당하는 이상민 의원도 원칙과 상식에 합류하지 않고 이준석 신당, 국민의힘 입당 등 독자노선을 예고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원칙과 상식) 네 분 모두 이재명 대표, 친명계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역의원 하위권 확정 등 '공천 물갈이' 작업이 본격화되면 비명계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라 하위권 20%에 경선 시 20%의 감점(득표율 감산)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의석(168석) 기준으로 약 32~3명가량이다. 감점 대상에 선정된 의원들은 이에 반발하며 비명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한 당내 중진 의원은 "당 현역의원 평가가 불공정하다는 건 아니지만 하위권에 분류된 의원들은 결국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이들이 '원칙과 상식' 쪽에 힘을 실어준다면 이 대표와 지도부도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당 총선기획단은 '김은경 혁신안'의 현역 감점 확대(현역 30% 대상, 최대 40% 감산) 방안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박정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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