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큐텐이 11번가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양사가 공동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 큐텐과 11번가의 모기업 SK스퀘어는 인수를 두고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G마켓 창업자이자 큐텐의 최대 주주인 구영배 사장과 SK스퀘어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하형일 대표가 직접 나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 측은 11번가와 큐텐을 합병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큐텐 주식을 요구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SK스퀘어가 존속 법인인 큐텐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는 그림으로 공동 경영을 하자는 의미다.
이는 큐텐이 티몬, 위메프를 인수할 때와는 차이가 있다. 앞서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양사가 경영권을 넘기면 큐텐 지분을 재무적투자자(FI)인 앵커파트너스와 IMM인베스트먼트에 넘기기로 했다. 경영권을 완전히 큐텐으로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SK스퀘어가 큐텐에 공동 경영을 제시하면서 인수 협상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앞서 이번 인수전을 두고 큐텐이 더 우위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큐텐의 입장에서도 11번가는 놓치기 어려운 카드다. SK스퀘어가 아마존과 전략적 제휴 관계인 만큼 향후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더욱 유리한 상황일 수 있다. 또한 지난해 11번가 거래액이 10조5000억원인 것을 감안할 때 큐텐이 11번가 인수에 성공한다면 큐텐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G마켓을 제치고 쿠팡, 네이버쇼핑에 이은 3위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
SK 역시 이동통신(SK텔레콤)과 모빌리티(티맵)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선 이커머스(11번가)와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11번가를 완전히 놓치기는 아쉬운 입장이다.
한편 김효종 위메프 공동대표가 지난 4월 사임한 것을 두고 11번가 인수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지난 4월 큐텐이 위메프를 인수할 당시 큐텐 경영지원본부장에서 위메프 대표로 부임했다. 이후 내부 조직 재정비와 재무 상황 개선을 맡았다. 희망퇴직을 통해 인원 조정을 진행한 것도 김 전 대표의 결정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구영배 큐텐 대표의 최측근으로 평가받는 김 전 대표의 사임을 두고 여러 추측을 제기하고 있다.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할 경우 김 전 대표가 위메프에서 했던 것처럼 초반 교통 정리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SK스퀘어가 11번가를 매각하면서 경영권을 넘기는 동시에 FI에 돈을 갚고, 큐텐 주주로만 남는 방식을 택할 줄 알았는데 공동 경영으로 흐름이 바뀌면서 SK스퀘어에서 어떤 전략을 택한 건지에 관심이 모인다"며 "큐텐은 경영권을 모두 갖는 그림을 원했을 텐데 11번가와 공동 경영으로 합의한다면 11번가가 어디까지 영향을 끼칠 것인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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