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예진 기자] 게임 업황이 악화하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대형 게임사들이 연이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해고 규모만 6000명이 넘는다. 정리해고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언리얼 엔진을 개발하는 미국 에픽게임즈는 지난달 전체 규모의 16%에 달하는 830명의 인원을 감원하기로 했다. 콘텐츠 창작자와 수익을 공유하는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경영 사정이 악화하면서다. 또 다른 게임엔진 업체 유니티도 앞서 두 차례에 걸쳐 900명을 정리했다.
아마존은 이달 자회사 게임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에서 30여 명을 정리했다. 지난 3월 400명 정리해고 규모에 이은 추가 감원이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개발사 미국 너티독도 35명 이상의 정리해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파·심즈 시리즈를 서비스하는 일렉트로닉 아츠(EA)는 지난 8월 자회사 바이오웨어에서 50여 명을 해고하는 등 올 들어 벌써 6번에 걸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EA는 3월부터 전체 인력의 6% 가량인 약 700여 명 규모의 인원을 줄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유럽 게임 업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유럽 최대 규모 퍼블리셔인 스웨덴 엠브레이서 그룹은 내년 초까지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2년간 100개가 넘는 개발 스튜디오를 인수하고 신설했지만 수익성이 떨어진 탓이다. 엠브레이서는 지난 6월 이같은 계획을 밝힌 뒤 최근 3개월 간 7차례에 걸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미국 테크니컬 아티스트인 파르한 누르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알려진 올해 정리해고 규모는 6200명이 넘었다. 감원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15회에서 10회로 점차 감소했다가 지난 8월과 9월에 12회, 17회로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쟁으로 인한 불안과 고금리·고유가 등 경기 침체에 더해, 비대면 산업으로 수혜를 입고 사업을 확장한 게임사들이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경영 악화에 직면한 결과로 풀이된다.
◇ 국내서도 구조조정 장기화…불안감 고조
국내 게임업계도 실적 악화로 인한 칼바람이 이어지며 암울한 분위기다. 컴투스는 메타버스 서비스 한 달 만에 희망퇴직을 접수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앞서 올해 라인게임즈·엑스엘게임즈·엔픽셀·시프트업·데브시스터즈·네시삼십삼분 등 상당수 게임사가 인력 감축에 나섰다.
국내 대형 게임사인 엔씨소프트와 넷마블도 각각 엔씨웨스트와 잼시티 등 해외 법인에서 정리해고를 단행했으며, 크래프톤 개발사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도 '칼리스토 프로토콜' 흥행 실패 이후 30여 명을 정리했다.
인력 효율화 기조로 신규 채용도 크게 줄면서 내부적인 분위기가 예전과는 크게 다르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는 프로젝트에 따른 정리해고가 잦지만 그만큼 이직 기회가 많고 재취업 후 급여를 올리기 위해 권고사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도 한다"면서 "다만 최근에는 업계 전반이 크게 위축된 데다 다른 게임사들의 감원 소식을 자주 접하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숭실대 교수)은 "국내 게임시장은 서브컬처 게임 매출 규모가 커지고 모바일에서 PC·콘솔로 플랫폼이 이동하는 등 지각변동을 겪고 있는 추세"라면서 "연말까지도 구조조정 기조는 이어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게임사들이 이러한 생태계 변화에 충분히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예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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