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솜 기자가 딱딱한 주제의 부동산 관련 뉴스의 이면을 솜소미(촘촘히)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내년부터 정부의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가 민간 아파트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탄소중립을 중요시하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정책의 방향성을 이해하긴 하지만 공사비 인상은 분양가 인상과도 연결돼 건설업계와 수요자들의 한숨이 깊은데요. 제로에너지 건축이 의무화되면 분양가는 얼마나 더 오를까요.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의무 대상 확대 방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새로 신청하는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는 제로에너지 건축이 의무화됩니다. 건물의 단열 성능을 높이고 태양광과 지열,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자체 생산해 제로에너지 5등급(에너지 자립률 20~40%)을 달성해야 하는데요.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이란, 단열성능을 극대화해 에너지 요구량을 최소화하고 태양광 설비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를 생산, 건물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녹색건축물을 의미합니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1월부터 ZEB 성능 수준을 규정하고 'ZEB 인증제'를 도입, ZEB 활성화 정책을 지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ZEB 인증제는 건축물의 5대 에너지(냉방·난방·급탕·조명·환기)를 정량적으로 평가해 건물 에너지성능을 인증하는 제도로, 에너지자립률에 따라 5등급(최저)에서 1등급(최고)까지 총 5개 등급을 부여합니다. 2020년 연면적 1000㎡이상 공공건축물에 먼저 적용됐으며 올해부턴 연면적 500㎡ 이상, 30세대 이상 공공 분양‧임대주택에 최소 제로에너지 5등급 이상 달성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턴 30세대 이상 민간분양‧임대 공동주택에도 적용될 예정인데요.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건축비만 30%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공사비는 평균적으로 일반 건축물 대비 인건비 등을 제외한 순수 건축 공사비만 30% 정도 증가한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설계업체 관계자는 "에너지 자립률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 효율 좋은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과 고정식 태양광(PV)을 쓸 수 있다"며 "다만 비용이 많이 든다. 보통 아파트는 수성 페인트칠을 많이 하는데 이 경우 ㎡당 단가가 대략 1만2000원 정도인데 BIPV는 ㎡당 16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마저도 2~3년 전 기준이라 지금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더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설계에는 어려움이 없을까요.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공공부문에서 시행되고 있어 설계 자체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시행사 관계자는 "설계 자체는 처음부터 제로에너지 건축물 기준에 맞게 설계하면 어려울 건 없다"며 "환기 덕트, 단열재 등을 설치하고 외벽 마감을 다 태양광 패널로 하는 식으로 설계하면 된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순수 공사비만 30% 오른다면 분양가는 그 이상 오를 수밖에 없다는데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인건비를 제외한 건축 공사비만 30%가 오른다면 새로운 설계를 도입하면서 충원되는 인력과 적응을 위한 투자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도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 마당에 현실적으로 내년부터 시행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제로에너지 등급 기준 달성 시 건축기준 완화, 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주고 있는데요. 5등급 기준 용적률 등 건축기준 11% 완화, 취득세 15%, 인증 수수료 30% 감면 혜택을 제공합니다.
다만, 국회 입법조사처는 제로에너지 건축물에 대한 혜택 상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지난해 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국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보면 "다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거용 외 건축물은 공사비가 30~40% 정도 증가하며, 공동주택은 표준건축비 상한의 4~8% 정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높은 투자비가 소요되지만 비용 회수에 장기간 소요되며, 현행 건축기준 완화 등의 혜택은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비판이 지속됨 만큼 향후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센티브의 등급별 차이를 확대하고 민간건축물의 제로에너지건축 지원을 위해 저금리 대출·이자 지원 등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와 함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탄소중립과 안정적 주택 공급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또 다른 대책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안다솜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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