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김영섭 KT 대표가 "과거 CEO처럼 대규모의 인위적 구조조정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동안 KT는 외부인사가 대표로 영입될 때마다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진행됐는데 김 대표가 그런 우려에 분명한 선을 그은 것이다.
김 대표는 7일 오후 서울 중구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구조조정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느 조직이든 사람의 교체가 있어야 경쟁이 촉진되고 조직의 생명력이 생기기 때문에 통상 수준의 교체와 신규채용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인사가 본래 매년 연말에 있는데 지난해 여러 상황으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2년치 인사를 한번에 해야 하는 만큼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오랜 (경영)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빨리 인사를 단행했으면 좋겠지만, 회사 내 사정이 있는 만큼 적정 시점에 인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일감몰아주기 등 관련 혐의를 받는 임직원에 대해 인사를 단행하느냐'는 질문에 "어떤 사람이 연루되었는지 등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팩트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수준과 상식에서 인사를 하겠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조직개편 및 인사 기준에 대해서는 "KT 내 훌륭한 인재를 우선적으로 선정해서 그들에게 일을 맡겨 함께 성장하는 것에 방점을 둘 것"이라면서 "KT가 해본 적이 없는 사업의 경우에는 외부 인재를 영입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섭식 디지코 전략 구체화, 빅테크에 도전장 내밀다
아울러 김 대표는 디지코(DIGICO) 전략을 재정의하며 ICT 역량을 고도화해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디지코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data), 클라우드(Cloud) 등 'ABC' 역량을 강화한 사업 다변화 전략이다.
그는 "디지코는 텔코(telco, 통신사업자)가 IT 역량으로 재무장하고 차별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이는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며 KT는 텔코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한 CT역량과 IT역량을 합쳐 ICT 경쟁력을 갖출 경우 향후 진출할 영역이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빅테크 기업에 빼앗긴 디지털 패러다임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고 강조했다. 빅테크 회사는 이동통신사들이 구축한 네트워크 위에서 혁신, 민첩성 바탕으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자율주행, 인터넷 금융 등 혁신 서비스로 새 디지털 생태계 구축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김 대표는 "KT가 도전장을 내민다고 그들(빅테크 업계)에게 도전장으로 비춰질 지나 모르겠다"며 "지금 현재는 모기, 파리 한 마리가 여객기에 부딪히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분야이고 모든 기술이 융합되면서 신규 시장이 생길 것이고 그래야 존재감이 생긴다"고 언급했다.
◇"단기적 외형성장에 연연하지 않을 것…무분별 M&A 없다"
김 대표는 단기적인 외형성장에 연연하지 않고 기업의 근본적 가치를 높이는데 경영의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출과 순이익 등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외향적인 매출과 이익의 성장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단기적으로 볼 때 주가 및 기업가치는 실적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존과 쿠팡 등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이들 기업이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도 미래의 잠재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에 주가가 받쳐주지 않았느냐"며 "KT 역시 향후 성장할 기반과 에너지를 축적하고 이러한 것들이 주주환원의 근본"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무분별한 인수합병(M&A)을 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우리의 정체성과 관련된 사업에 대해 내재화할 분야는 내재화할 것"이라면서도 "마구잡이로 M&A를 해서 큰 회사를 만들지 않고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김 대표는 성과주의 정착과 '원KT'를 만들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KT 내부에서는 '저 사람은 누구 연줄이다, 누구 편이다' 등의 설이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곧 없어질 것"이라며 "성과를 내는 사람을 인재로 생각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원KT를 지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영웅 기자([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