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이 '다크앤다커'를 품어 게임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24일 크래프톤이 다크앤다커 기반 모바일 게임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독점 확보했다고 전하면서 촉발된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다크앤다커는 넥슨의 내부 프로젝트를 무단 반출해 개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여론의 지탄을 받은 게임으로, 크래프톤이라는 '구원투수'의 등장으로 기사회생하게 됐다. 자연히 "업계 상도의를 어겼다",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는 부정적 여론이 빗발쳤지만 '빅3'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크래프톤이 이 정도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크래프톤이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다크앤다커를 품은 배경을 짚었다.
◇'키다리 아저씨' 자처한 크래프톤…'다크앤다커' IP 보호 나설듯
국내 개발사 아이언메이스가 만든 다크앤다커는 무단 반출 논란이 불거지기 전만 해도 한국 인디 게임의 기대주로 꼽혔다. 지난해 스팀에 공개됐을 당시 서구권의 이목을 받으며 동시접속자 10만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글로벌, 특히 서구권에서 주목받은 한국 게임 IP는 손에 꼽을 정도다.
배틀그라운드 단일 IP에 의존하는 크래프톤 입장에서 정식 출시 전에도 호평받은 다크앤다커는 매력적인 IP로 인식됐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생존과 던전 크롤러의 재미 등을 조합한 다크앤다커의 게임성은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대립하는 배틀로얄 장르와 일맥상통하는 면모가 없지 않다. PC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비롯해 이를 기반으로 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로 성과를 낸 크래프톤은 다크앤다커의 게임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모바일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기저에 깔려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중국을 필두로 다크앤다커의 유사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특히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 이슈로 다크앤다커가 스팀 서비스가 불가해지자 다크앤다커의 파이를 선점하겠다는 게임들이 속속 등장 중이다. 모처럼 등장한 국산 IP가 묻힐 수 있는 상황 속에 크래프톤이 '한국 게임 IP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참전한 양상이다.
크래프톤 역시 "국내외 유사한 게임들에 자리를 내어 줄 수 있는 상황에서,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원작 IP의 활용과 확장에 대한 협의를 추진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다크앤다커는 최근 난립하는 해외 유사 게임들을 견제할 수 있는 '키다리 아저씨'를 얻게 됐다. 앞서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와 유사한 게임들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수 차례 제기했는데,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다크앤다커 IP 역시 보호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최대 리스크는 소송…크래프톤의 속내는
다크앤다커 IP의 최대 리스크는 소송이다. 넥슨은 2021년 아이언메이스 측을 상대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또한 넥슨은 다크앤다커의 서비스 중단 가처분을, 아이언메이스 역시 반박하는 취지의 가처분을 낸 상태다.
이르면 내달 중 나올 가처분 심리 결과에 따라 다크앤다커 IP의 운명이 좌우되는 가운데, 크래프톤은 법정 다툼을 해볼만한 싸움이라고 여겼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최근 경찰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아이언메이스 직원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넥슨이 미국 법원에 다크앤다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한국에서 다툴 문제'라며 역시 기각된 바 있다.
크래프톤이 유사 법정 분쟁에서 이긴 전례도 있다.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이 첫 선보인 MMORPG '테라'는 '리니지3' 개발 인력들이 퇴사해 개발한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영업비밀을 무단 유출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결과적으로 블루홀이 승소했고 테라는 정상 출시됐다. 당시 경험이 이번 다크앤다커 IP 계약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향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관련 회사들 모두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임우열 크래프톤 퍼블리싱 수석 본부장 역시 "원작에 대한 글로벌 팬들의 다양한 평가와 함께 향후에 나올 사법적 판단을 제3자로서 지켜보고 존중할 것"이라며 "이와는 별개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원작 IP의 생명력이 계속 이어져 가길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문영수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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