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삼성전자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발맞춰 차량용 반도체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낸다. '달리는 컴퓨터'가 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에 맞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도 최근 크게 늘어나자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해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아직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594억 달러 규모를 기록한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1위에 오른 곳은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로, 12.4%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2위는 NXP(11.6%), 3위는 ST마이크로(8.8%)가 이름을 올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매출 기준으로 집계한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에서도 인피니언은 지난 2020년, 2021년에 각각 11.7%, 11.0%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2위인 NXP는 2021년 기준 10.4%, 르네사스가 7.8%로 3위를 차지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7.0%)와 ST마이크로(6.7%)는 각각 4, 5위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2.2%의 점유율로 12위에 머물렀다.
◇"미운 오리서 백조로"…車 반도체, 전기차 뜨자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
반도체 시장 강자로 불리는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은 그간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관련 사업을 크게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자장비, 엔진 등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인 차량용 반도체는 다품종 소량 생산 업종으로 수익성이 낮은 편에 속한다. 업체별, 차량별로 각기 다른 반도체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도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차량용 반도체 칩 가격은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마진도 모바일 AP보다 낮은 '돈 안 되는 제품'이었다"며 "차량용 반도체 오류는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탓에 높은 수준의 안정성이 요구되는데, 이 때문에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 신규 시장 진입이 어려워 쉽게 공급량을 늘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외면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은 3.3%에 불과하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최근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기능 강화 트렌드 등에 따라 고성능 반도체 수요처로 급부상하자 삼성전자도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주력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 확보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도 기대를 거는 눈치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지난 2021년 450억 달러(약 62조원)에서 연평균 9%씩 성장해 2026년 740억 달러(약 101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2030년엔 1100억 달러(약 151조5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는 일반 내연기관차에 비해 차량에 탑재되는 전기장치가 많이 필요해 반도체 수도 늘어난다"며 "내연기관차 한 대에 200개 정도의 반도체가 필요하지만, 전기차에는 1000개 정도, 자율주행차는 더 많은 센서가 필요해 약 2000개의 반도체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반도체 업계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고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메모리 앞세운 삼성…"2025년 車 메모리 시장서 1위 할 것"
이에 맞춰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5년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 첫 진입한 삼성전자는 현재 차량용 오토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오토 LPDDR5X(저전력 D램), 오토 GDDR6(그래픽 D램) 등 차량과 관련된 다양한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반도체 프로세서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와 이미지 센서 브랜드 '아이소셀 오토'를 통해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나섰다.
또 삼성전자는 각 제품들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다음달 5일부터 열리는 'IAA 모빌리티 모터쇼'에도 처음 참가하기로 했다. 최근 업계 최저 소비 전력을 지닌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유니버설 플래시 스토리지(UFS) 3.1 메모리 솔루션 양산을 시작한 만큼, 이 제품을 앞세워 이번 행사에서 고객사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달 선보인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Exynos Auto) V920'도 주목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IVI용 프로세서로, 오는 2025년께 현대차 차량에도 공급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에 자동차가 서버·모바일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3대 응용처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전장 사업 선점을 위해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 모델에 4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을 적용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 가능성이 최근 높아지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서도 성과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월 미국 출장 중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던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미 테슬라에 14나노 기반 완전자율주행(FSD)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상태"라며 "테슬라의 5세대 자율주행칩(HW 5.0) 수주에 4나노 등 최첨단 공정이 사용될 예정인 만큼, 삼성전자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가 고객사 수요에 맞게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파운드리 위주로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또 2027년까지 오토모티브(차량)향 2나노 공정 돌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심상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전략마케팅 부사장은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서 "자동차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로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하고 전장용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ADAS 분야에서는 유명 자동차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고, 각 지역에서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하고 응용처를 늘려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강세를 보이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25년까지 현재 업계 1위인 마이크론을 제치고 차량용 메모리 시장 1위에 오른다는 포부다.
리차드 윌시 삼성전자 반도체 유럽총괄(DSE) 메모리 마케팅 상무는 "현재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발전 속도를 보면 향후 5~10년 내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 50% 이상이 자율주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지원하는 기술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양이 증가하는 가운데 향상된 처리 능력과 대용량, 고성능 메모리 솔루션의 필요성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 메모리 기술은 이러한 변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향후 4~6년 동안 자동차 기술 역량, 데이터 처리 및 중앙 집중화 기능이 발전되면서 자동차 산업에서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사용이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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