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여야 지도부가 18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통해 '김대중 정신' 계승을 강조했다. 'DJ의 후예'를 강조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윤석열 집권 후 꾸준히 서진(西進) 정책을 펴고 있는 국민의힘의 호남·중도층 공략 경쟁으로 풀이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서울 동작구 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4주년 추도식'에서 "정치적 입장과 정파를 초월해 대통령님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추도식에) 모였다"며 "우리 현대사가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 시대로 접어들길 기대했던 대통령님의 뜻이 하나하나 실천되고 있는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거친 고난과 역사의 회오리 속에 양심을 지키면서 자유·민주·평화를 향한 열정을 놓치지 않으셨다"며 "결단력 있는 정치에 대해 늘 깊이 새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특히 김 전 대통령이 IMF 위기 극복을 위해 실천했던 친(親) 시장적 개혁 성과를 추켜세웠다. 그는 "외환위기 속에 취임하신 대통령께서는 강도 높은 자유 개혁에 착수했다. 비대한 공공부문을 개혁해 한국 경제 구조의 체질을 혁신했다"며 "국민의 자생력, 자유 시장 질서에 대한 믿음, 실사구시 국정 철학 덕에 가능햇던 대전환"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일관계와 관련해서도 "많은 장벽에도 불구하고 그걸 허물고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이끌어냈다. 극심한 반대와 논란에도 신념과 결단을 가지고 변화를 이끌어 내신 것"이라며 "친일과 반일의 낡은 이분법을 깨고 미래지향적인 극일(克日)로 나아가셧던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고 했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추도사에서 "대통령님에 대한 그리움과 존경심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만 진다.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국민의 삶과 겨레의 미래에 평생을 헌신하셨다"며 김 전 대통령의 '인동초(忍冬草) 정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생의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상인의 탁월한 현실감각으로 시대를 통찰하며 대한민국의 내일을 준비하셨다"며 "김대중이라는 거인이 뿌린 씨앗들은 초일류 IT강국, 매력적인 문화대국, 복지국가의 토대로 자라났다. 세계적 선도국가 대한민국의 오늘도, 우리 민주당의 뿌리도 바로 김대중 정신"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새벽까지 검찰 조사를 받은 이 대표는 추도사에서 정치탄압에 대한 저항을 강조했다. 그는 "무능하고 무책임하며 무법적인 정권의 폭력적 통치가 국민과 나라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민생은 도탄에 빠졌고 한반도에는 신냉전의 먹구름이 드리웠다"며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민생을 파괴하고, 평화를 뒤흔드는 권력의 퇴행에 정면으로 맞서겠다. 국민의 삶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내일을 개척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DJ 정신'으로 대표되는 호남·중도층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5·18 기념식에 참석했으며 최근 한일관계 복원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계승을 강조했다. 김기현 대표와 여당 지도부 역시 꾸준히 호남을 방문해 현장 최고위를 갖고 지역 현안과 민심을 점검하고 있다.
기존 호남의 맹주인 민주당은 이에 맞서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의원을 복당시키는 등 호남 민심 관리에 집중하고 있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호남·중도층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4·5 전주을 재보선에서는 강성희 진보당 의원에게 사실상 패배하기도 했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현 정권이 호남에서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윤 대통령의 일부 극우적 행보가 한계가 되고 있고, 민주당은 이재명 체제 이후 뚜렷한 방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호남 지지율이 계속 빠지는 형국"이라며 "호남·중도층은 내년 총선까지 여야 중 더 혁신하는 곳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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