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등 완성차 기업들이 전동화 목표를 새롭게 제시하며 전기자동차 개발과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 국내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차를 더욱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 인프라가 열악하고, 최대 주행가능 거리 등 성능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에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를 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통계를 활용하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신규 등록된 하이브리드차는 총 15만1천108대로 지난해 상반기(10만5천749대)와 비교해 무려 42.9%나 증가했다. 전기차는 지난해 상반기 6만8천996대에서 올해 상반기 7만8천466대로 소폭(13.7%)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에 신규 등록된 차량을 사용 연료별로 구분하면 휘발유 52.2%, 경유 18.4%, 하이브리드 16.5%, 전기 8.6%, LPG 3.6%, 기타 0.7% 등으로 집계됐다.
차종별로 보면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하이브리드차는 현대차의 그랜저였다. 특히 그랜저는 반기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이 내연기관 모델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 1∼6월 그랜저 내수 판매량(6만2천970대) 중 하이브리드는 3만3천56대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 52.5%를 차지해 내연기관 모델(2만9천914대)을 앞섰다.
내연기관 판매량에는 택시 등 영업용 차량이 많은 액화석유가스(LPG) 모델이 5천292대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하고 일반 소비자 대상 판매량이 주를 이루는 가솔린 모델(2만4천622대)로만 비교하면 하이브리드와 격차는 8천대 이상으로 더 커진다.
그랜저와 동급 세단이자 같은 동력계(파워트레인)를 쓰는 기아의 K8도 상반기 전체 판매량 2만5천155대 중 하이브리드(1만5천999대)가 LPG를 포함한 내연기관 모델(9천156대)을 7천대 가까이 웃돌았다.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63.6%)은 그랜저보다 큰 것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에 현대차·기아에서 그랜저에 이어 가장 많이 판매된 하이브리드 모델은 ▲쏘렌토(2만3천496대) ▲스포티지(1만6천30대) ▲K8(1만5천999대) ▲투싼(1만66대) ▲싼타페(9천435대) ▲니로(8천313대) ▲K5(5천634대) ▲코나(4천952대) ▲아반떼(4천901대) ▲쏘나타(2천314대)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최근 전기차의 상승세는 주춤한 상황이다. 현대차의 소형 전기 SUV 코나 일렉트릭과 기아의 니로 EV는 지난달 각각 516대와 503대 팔렸다. 출시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신차로는 초라한 성적표다. 지난달 판매 상위 20위 내에 전기차는 단 한 차종도 포함되지 못했고, 가장 많이 팔린 현대차 아이오닉5(1천594대)도 29위에 그쳤다.
최근 연이어 터진 전기차 관련 부정적인 사건도 소비자들이 선택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 국토교통부 자동차리콜센터에 기아 EV6, 제네시스 GV60·GV70, 현대차 아이오닉5 등 현대차그룹에서 생산한 전기차 4개 차종에서 주행 중 동력 문제가 발생했다는 결함 의심 신고 34건이 접수된 사실이 지난 4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신고 내용은 주행할 때 '동력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미국에서도 결함 가능성이 제기된 데 이어 국내에서도 유사한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이는 저전압 12V 배터리에 전원을 공급하는 통합제어충전장치(ICCU)와 관련된 문제로 경고가 뜨더라도 당장 시동이 꺼지는 것이 아니라 20∼30분가량은 운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6일 민원이 연이어 접수된 전기차 13만6천대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무상 수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ICCU 내 일시적 과전류로 전력 공급용 LDC(DC-DC 컨버터) 기판에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원인을 추정했다. 현대차·기아는 과전류 유입을 사전에 감지해 이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고, 관련 경고등이 점등되면 점검 후 ICCU를 교체하기로 했다.
지난 3일에는 경기도 광주시 추자동의 한 도로에서 옹벽과 충돌한 전기차가 불이 나 50대 운전자가 결국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후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는 신고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2시간 45분 만에 꺼졌다. 배터리 과열로 쉽사리 불길이 잡히지 않자 이동식 소화수조를 동원해야 했다. 운전자 A씨는 사고 후 불길이 빠르게 번져 미처 탈출하지 못해 참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 화재 사고의 위험성에 관해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전기차 사용 경험을 통해 배터리로 인한 화재 발생 때 진압이 쉽지 않고, 그 상황을 미리 감지하거나 예측하기도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가장 큰 문제는 일단 발화가 됐을 때 빠르게 열 폭주 현상이 진행되면서 운전자가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조차 어렵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전기차가 적절한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면 앞으로는 더욱 안전한 배터리에 관심을 더욱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굳건해질 때까지 하이브리드 선호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충전 인프라, 성능, 그리고 안전성 문제로 인해 수요자들은 전기차 구입을 시기상조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분위기를 보면 당분간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쉽게 식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기차가 대세가 되는 시점을 2026년쯤으로 보고 있다"며 "3년 후면 현재 불완전한 리튬이온 배터리 성능과 안전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고, 무엇보다 전기차 종류도 내연기관 차량처럼 다양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지용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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