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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 정쟁보다 지역 우선해야


정치인 '아무말'에 지역만 피해…여의도 손 떼고 주민 여론 반영해야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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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경부고속도로(416km)의 14분의 1 남짓인 소규모 고속도로가 최근 여의도 정쟁의 중심에 떠올랐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서 경기 하남시, 양평군을 잇는 서울-양평고속도로다. '김건희 여사 일가를 위해 노선을 변경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여권이 '전면 백지화' 카드로 맞서면서 민생 현안과 애꿎은 양평 군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의혹제기였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당원 행사 중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일가가 땅 투기를 해 놓은 곳(양평군 강상면 일대)으로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도록 했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저지 투쟁에 집중하던 민주당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를 본격 공론화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의 의혹 제기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면 백지화' 선언으로 맞대응하면서 문제를 키웠다. 원 장관은 지난 6일 "김건희 여사 땅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인지했다면 장관직과 정치 인생을 걸겠다"며 "의혹이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지면 민주당도 간판을 내리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 삶을 놓고 도박하느냐"며 민주당에 '원안 재추진'을 지시했다.

정치인들의 '아무말'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죄 없는 양평군민들이었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2008년부터 추진된 양평군의 숙원사업으로 지역 교통난 해소를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예비타당성조사도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과됐다. 원 장관의 백지화로 용역비용 등 10억원에 가까운 세금이 증발한 것도 덤이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의 의혹 제기와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 모두 비판하고 있다. 우선 '정부가 특정인을 위해 도로 노선 변경을 지시했다'는 야당의 주장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부 사정에 정통한 한 야당 의원은 "아무리 대통령, 장관의 지시를 받더라도 공무원은 정해진 법규에 따라 움직이는데, 대놓고 특혜를 주기 어렵다"며 "설령 특혜를 줬더라도 명확한 내부고발이 있지 않은 이상 정확한 진상규명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 여당 의원은 원 장관의 백지화 강행을 두고 "야당의 의혹 제기에 차분히 대응하면 될 일을 너무 키우지 않았나 한다"며 "결국 무산시킨 당사자가 원 장관인 만큼 역풍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의 서울-양평고속도로 공방 속에 정작 주민을 위한 논의는 사라졌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당초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두물머리(양서면) 쪽 교통난 해소를 위해 추진됐으나(원안), 국토부 논의단계에서 방향을 강상면으로 트는 것(2안)이 지역주민의 교통문제 해결에는 더 낫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관광객이 많은 양평군 특성을 고려할 때 어느 쪽이 양평에 도움이 되는지 좀 더 숙의할 필요가 있었다. 국토부는 당초 양평군민들을 상대로 한 공청회도 실시할 예정이었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정치권의 갈등이 다소 가열될 수는 있다. 그러나 과열된 정쟁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염원과 이익이 훼손돼선 곤란하다. 여의도는 이 문제에서 모두 손을 떼고 오직 양평군민의 여론을 다시 반영해 고속도로 사업을 재추진해야 함이 옳다. 지역 SOC 설치는 지역주민의 공리(公利)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김건희 여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정동균 전 양평군수 등의 땅값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다.

/박정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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