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임금협상에 돌입한 SK하이닉스 노조가 기본급 6.5% 인상에 연간 영업이익 15% 인센티브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사측이 거부하고 나섰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한파가 이어지면서 분기 연속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노조가 무리하게 요구하자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4일 기술사무직 노조와 1차 임금교섭을 진행했다. 경영 불확실성을 고려해 노조의 모든 요구안에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복수노조 체제를 채택한 SK하이닉스는 민주노총 산하의 기술사무직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의 이천·청주공장의 전임직 노조와 개별로 임금협상을 진행한다. SK하이닉스는 전임직 노조와도 최근 2~3차례 임금교섭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가 제시한 임금인상률은 6.5%다. 지난 1월 SK하이닉스가 직원 만족도 제고 차원에서 적용한 2% 선인상을 포함한 수치다. 노조는 4.5%를 더 올려달라고 주장했는데, 지난해 노사가 합의한 인상률 5.5%+월 기준급 10만원 정액 인상보다 높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3천400만원이다.
인센티브와 관련해선 전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지급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범위를 영업이익 15%까지 확대해줄 것을 요구했다. 목표 생산량을 달성하고 영업이익이 흑자로 집계되면 지급하는 상·하반기 생산성 격려금(PI) 기준도 생산량 달성으로만 축소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이 외에 ▲임금피크제 폐지 ▲PS(초과이익분배금) 1천% 지급 상한 폐지 ▲정년퇴직자 PS 지급 ▲고정시간 외 수당 기본급 산입 등을 안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2% 선인상 외에 추가 임금인상 및 다른 제시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조 단위 적자' 영향 탓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1조9천27억원, 올해 1분기는 3조4천2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에도 3조1천862억원, 3분기 2조4천60억원, 4분기 1조3천481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에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실적 악화 속 재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노조가 인상안을 무리하게 요구하자 답답해 하는 눈치다. 반도체 인재 쟁탈전 여파로 이미 인건비 부담이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지출한 종업원급여액은 전년 5조3천118억원 대비 무려 47%나 늘어난 7조8천544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SK하이닉스의 임금협상은 7월에 마무리됐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노사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좀 더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노조가 삼성전자가 노사협의회에서 합의한 평균 임금인상률 4.1% 수준으로 낮춰서 수정안을 제시해볼 수도 있으나 SK하이닉스의 경영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점에서 양측의 의견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SK하이닉스 노조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노조가 회사의 경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조건을 요구한다고 판단해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안정한 경영 여건을 무시한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많은 듯 하다"며 "글로벌 기업들까지도 생존을 위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노조는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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