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당정이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이른바 '킬러문항'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빼기로 했다. 학생들을 사교육에 내모는 수능 고난도 문제를 개선해 공교육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자립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 폐지도 철회한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국회 교육위원회 간사)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당정협의에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장상윤 차관 등 교육부 인사들도 참석했다.
이 의원은 킬러문항과 관련해 "시험의 변별도를 높이는 쉬운 방법이나 이는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라며 "공정한 수능평가를 위해 적정 난이도가 확보되도록 출제기법을 고도화하며 출제진이 성실한 노력을 할 수 있게 모든 가능한 지원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정부가 방치한 사교육 문제로 학생·학부모가 힘든 와중에 학원만 배불리는 작금의 상황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입시 학원의 거짓·과장광고 등에 대한 규제 강화도 예고했다.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에 흡수하는 방안으로 ▲EBS(교육방송) 활용 교육 지원 강화 ▲'방과후과정' 자율 수강권 지원 확대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문제나 대학 전공수준 비문학 지문 등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 출제하는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라며 관련 문제를 수능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야당과 사교육계를 중심으로 수능 150일을 앞두고 이른바 '물수능(변별력 없는 쉬운 수능)'을 부추겨 교육 현장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태규 의원은 이같은 지적에 "공교육 내에서 배운 것을 중심으로 변별력을 갖춰 출제하게 되면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수능 변별력은 늘 사회적으로 논란이 돼 왔는데 대통령의 말씀으로 혼란이 초래됐다는 주장은 정치적인 부분이라 생각한다. 대학교수도 풀기 어려운 지식 배경을 요구하는 문제를 사교육에 작용하니 끊으라 한 게 왜 혼란을 초래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주호 부총리도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우리 교육의 큰 문제 중 하나였고 사교육이 수십 년간 지속됐지만 해결되지 못한 문제"라며 "그렇지만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진정한 교육개혁이 되는 것이고, 교육부가 지속적으로 대응했어야 하는데 미흡했다는 생각"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저도 전문가지만 대통령님이 과거 (조국 입시비리) 수사를 하시면서 입시에 대해 상당히 깊이 있게 고민하셨다"며 "대통령이 문제의 심각성을 얘기하시고 부처를 독려하신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킬러문항 대책과 관련해서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정은 학생 맞춤형 교육·지역 자율교육 강화라는 측면에서 자사고·외고 등도 존치할 계획이다. 이 의원은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해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 교육을 실시하겠다"며 이와 함께 교사의 수업·평가역량 강화와 교권보호 등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사고·외고 폐지'(일반고 전환)는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고교 계층화·서열화 해소 등을 목적으로 추진된 바 있다. 이 부총리는 "학교(자사고 등)가 (일반고 전환 관련) 법적 쟁송에서 계속 승소하는 방향으로 나와 이런 소모적인 논쟁을 지속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는 25년 일반고 전환 예정이었던 학교들을 현재 지위를 유지시켜 주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이날 당정협의에서 논의한 내용을 기반으로 이달 중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공교육 정상화 대책)'과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공교육 정상화는 오는 21일, 사교육 대책은 오는 27일 발표가 유력하다.
/박정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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