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수장들이 인공지능(AI)발 수요 강세 속 고대역폭 메모리(HBM) 사업 강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SK그룹 2023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해 최근 반도체 산업이 전반적으로 AI와 관련돼 있다는 점에 대해 강조하며 하반기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AI와 고성능컴퓨팅(HPC)용 시스템반도체 신제품 대거 출시로 HBM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업황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서다.
또 AI 반도체와 연관된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예로 들며 "(최근) AI에 관한 것들은 시그널이 굉장히 세다"며 "엔비디아, MS처럼 플랫폼·프로세스를 하겠다는 곳들이 많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파트너사 중 한 곳인 엔비디아는 최근 급증하는 AI 반도체 수요로 가장 주목 받고 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에는 거대언어모델 개발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한데, 이 GPU는 엔비디아가 전 세계 시장에서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 등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HBM이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고성능 제품으로, AI용 GPU에는 필수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1년 10월 업계 최초로 개발한 4세대 제품인 'HBM3'를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50%, 삼성전자는 40%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점유율이 5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챗GPT에 탑재되는 엔비디아의 'A100'에는 SK하이닉스의 HBM2E가 탑재돼 있다. 차세대 엔비디아 GPU인 'H100'에도 SK하이닉스의 HBM3가 적용됐다. 현재 HBM 제품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 비교해 한 세대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하이닉스보다 HBM 사업에 다소 늦게 대응한 삼성전자도 시장 확대를 위한 움직임에 분주한 모습이다. AMD와 꾸준히 협력 관계를 맺어 온 삼성전자는 지난 4월에도 AMD와의 설계자산(IP) 파트너십 확대를 밝히며 엑시노스에 최적화된 GPU 개발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올해 하반기에는 4세대 HBM 양산에 본격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사장은 최근 임직원 소통 채널인 '위톡'에서 "세상이 AI 또는 로봇, 이런것들로부터 급변하는 혁신의 시대가 오고 있다"며 "사업으로서의 삼성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가 도래하면 폭발적으로 데이터 양이 증가하면서 AI의 성능과 효율을 높여주는 반도체의 중요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삼성이 개발하고 있는 HBM이 당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AI가 본격 진행되는 시대에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품뿐 아니라 반도체 기술을 결합한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두 수장의 발언은 최근 HBM 시장의 성장세와 무관치 않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생성형 AI 시장은 올해 13조원 규모이지만, 매년 약 50% 수준으로 성장해 2030년 144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HBM 시장 규모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최대 45% 이상 성장할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AI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 553억 달러, 2026년엔 861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황 직격탄을 맞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선 HBM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며 "GPU 시장 1위인 엔비디아에 이어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강자인 AMD 역시 최첨단 GPU를 내놓으면서 해당 칩에 동반 탑재되는 메모리 칩 시장 확대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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