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정부가 15일 kWh(킬로와트시)당 8원, MJ(메가줄)당 1.04원에 해당하는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안을 확정했다.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1분기보다 후퇴한 '한 자릿수' 인상안이 나온 가운데, 일각에서는 여름 냉방철을 앞두고 정치권이 국민적 저항을 의식해 '눈치보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안을 발표했다. 내일(16일)부터 전기요금은 kWh당 8원, 가스요금은 MJ당 1.04원 인상되며 4인가구 평균 사용량(332kWh, 3천861MJ) 기준 각각 월 요금 3천원, 4천 4백원가량이 오른다. 한달에 총 7천원이 넘게 증가하는 셈이다.
이 장관은 인상 요인으로 여전히 높은 국제 에너지가격과 그로 인한 한전·가스공사 등의 적자 증가를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등했던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소 안정화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상황과 경영여건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현재 2년간 32.6조원의 누적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만 6.2조의 추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1분기보다 낮은 수준의 요금 인상을 결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kWh당 13.1원 인상한 바 있다. 당시 난방비 대란으로 가스요금은 동결했지만 2분기 인상분보다 많은 '두 자릿수' 인상이었다. 산업부는 지난해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만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한 자릿수' 인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국민 여론을 의식한 '눈치작전'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정부·여당은 지난 3월 29일부터 2분기 전기·가스료 인상 관련 당정협의를 4차례 개최하고 이날 정부 발표 전에도 만나 인상안을 협의했다. 박대출 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협의에서 "전기가스료 인상은 불가피하나 국민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한전과 가스공사의 뼈를 깎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전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사옥 매각, 임직원 급여·성과급 일부 반납 등 25조 7천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산업부가 kWh당 51.6원 인상을 주장하지만 국민적 여론을 고려할 때 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국민감정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신 이날 여당은 전기료 인상을 두고 문재인 정부와 에너지공기업에 책임을 돌렸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국회 산자위 간사)는 당정협의에서 "한전, 가스공사의 대규모 적자는 외부 요인도 있었지만 정부와 공기업의 1차 책임도 있다"며 "(한전 등이)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을 방기했고, 방만경영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류성걸 의원(국회 기재위 간사)도 "지난 정부의 에너지 정책 실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정부실패와 시장실패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야당은 이날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민생 고통에 일말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지 참으로 안타깝다"며 "압도적 다수 국민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은 이날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과 함께 ▲취약계층에 대한 인상분 적용 1년 유예 ▲에너지바우처 지급대상 확대(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 수급자) ▲소상공인·뿌리기업 대상 분할납부제 시행 ▲농어민 대상 전기요금 인상분 분할 적용(3년간) ▲일반 가구 대상 '에너지 캐시백' 인센티브 확대(최대 kWh당 100원) 등의 부담 완화 대책도 마련했다.
/박정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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