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처음 공개한 주주서한은 이례적으로 8페이지에 달한다. 하고 싶은 말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그 중에서도 최 대표가 유독 강조한 내용은 '주주 가치'로 요약할 수 있다.
9일 네이버 주가는 21만1천원으로 전날 대비 1.93% 상승 마감했다. 전날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6% 늘어난 2조2804억원, 영업이익은 9.5% 증가한 3305억원을 기록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 대표가 취임했던 작년 3월과 비교하면 주가는 35% 정도 떨어진 상태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비대면 대장주였던 네이버 주가도 힘이 빠지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최 대표로서는 실망한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고, 그 다짐을 1분기 호실적에 맞춰 주주서한에 담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주주서한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자사주 특별 소각 계획이다. 최 대표는 향후 3년간 보유 중인 자사주 8% 중 3%를 향후 3년간, 매년 1%씩 소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네이버 총 발행 주식 수의 1%를 160만491주로 잡고 지난 4일 종가(19만6천100원)로 계산하면 1년에 소각하는 자사주는 3천217억원 규모로 추산해 볼 수 있다.
자사주 소각은 전체 주식 숫자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사주 소각은 주주 환원 측면에서 주주 친화적인 정책인 동시에 경영진이 주가 부양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한편, 주주의 이익과 경영진 보상이 연계된 점 등도 상세히 소개했다.
최 대표는 "네이버 경영진의 보상 체계에 있어 주주 이익과의 연계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며 "2022 회계연도의 경우 네이버 주가가 저조한 성과를 면치 못하면서 저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에게 지급된 장기주식보상은 0원이었다"고 했다.
다만 최 대표의 경우 급여(보수)의 45% 이상은 네이버 주가 상승률과 연동된 주가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으로 구성됐다. 주가가 올라야 보상이 늘어나는 식이다.
최 대표는 국내 상장사 중 모든 직원에게 자사주를 교부하는 유일한 기업임을 강조하면서 직원과 주주의 가치가 일원화한 점도 설명했다. 그는 "직원들의 주식 소유는 장기적으로 주주와의 이해관계를 보다 잘 일치 시킬 뿐만 아니라 '팀 네이버' 정신을 강화하고 기업가 정신을 육성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자사주 지급을 통해 직원이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주주의 가치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네이버 대표 명의로 발행한 첫 주주서한은 전임자인 한성숙 유럽사업개발대표가 2021년 3월 보낸 바 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커머스 등 신사업을 소개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과 비교하면 최수연 대표는 주주 가치 제고에 무게를 뒀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한편 네이버 관계자는 이번 주주서한과 관련해 "지배구조를 비롯해 기업 문화 등 많은 주주가 일반적으로 궁금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새 경영진이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다양하게 소개하게 됐다"며 "CEO가 사내에서 임직원과 소통하는 자리를 자주 갖는데 네이버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외부와의 소통도 강화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정유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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