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프로세서 업체 AMD가 경쟁사 인텔을 상대로 미국에서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한 후 양사의 국내 지사들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텔코리아는 이번 건에 대해 애써 외면하려는 모습인 반면 AMD코리아는 겉으로는 '노 코멘트'지만 내심 브랜드를 알리고 소송결과에 따라 새로운 입지를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다.
이번 일이 다윗(AMD)과 골리앗(인텔)의 대결이라는 점은 양사 한국지사의 대응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소송 제기 후 공세입장인 AMD코리아는 관련된 상세한 자료를 신속히 배포하며 이를 이슈화하려는 모습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응해 인텔코리아는 제소 다음날 폴 오텔리니 CEO가 밝힌 단 '3문단'의 짧은 보도자료만을 제공하고 공식적 대응을 끝냈다. 사실상 AMD의 행동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AMD를 경쟁사로 생각지 않는 인텔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처세인 셈.
◆AMD, 소비자 보호 위해 나섰다
그나마 박용진 AMD코리아 지사장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AMD의 입장을 짧게나마 들을 수 있었다.
박용진 지사장은 "이번 조치가 결국은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시도다"라고 설명했다.
박지사장은 "그동안 풍문만 있어온 인텔의 반독점적 행위가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문제가 된 것을 계기로 미국에서도 소가 제기된 것"이라며 "AMD는 인텔의 행위가 고객들의 제품 선택의 권리를 침해했고 결국은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AMD가 이 같은 시장의 부조리를 타파하기 위해 앞장 선 것이다"라고 이번 소의 의의를 강조했다.
박사장은 이번 조치 이후 국내의 주요 고객들에게도 이번 일의 경위를 설명했고 적잖은 이들이 그 취지를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동안은 AMD가 인텔에 맞설 힘이 없었지만 이제는 해볼만 하다는 자신 감이 생겼다는 점도 소를 제기하게된 배경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인텔에 밀려왔던 AMD는 최근 64비트 프로세서와 듀얼코어 제품 출시에서 앞서며 자신감이 높아진 상태. 이 같은 분위기와 일본에서 인텔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적발된 시기가 자연스레 맞물려 미국에서의 소송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박 지사장은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소송을 제기할 계획은 없지만 미국에서 AMD 주장대로 결론이 나면 그 파급효과는 곧 전 세계로 번져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업계 반응 "인지도 제고 노력이 더 중요"
이와 관련 국내관련 업체들은 양사의 문제에 끼이고 싶지 않다는 모습들이다.
한국HP등 해외업체들의 국내지사에는 이번 건과 관련 '함구령'이 내려진 상황. PC및 서버 제조업체들이 인텔과 AMD와 모두 관계된 이상 쓸데없는 이야기 거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뜻인 셈.
국내 PC 제조사들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 PC제조사들은 대부분 인텔의 제품을 사용 중이고 AMD의 채용비율은 외산 업체에 비해 저조한 상황.
대형사인 삼성전자 LG전자는 물론이고 중소 PC업체 주연테크의 경우 아예 AMD 제품을 쓰지 않는다. 삼보컴퓨터도 저가 돌풍의 주인공 에버라텍 노트북에 AMD 제품을 사용하다 최근 신제품에서 인텔로 말을 갈아타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MD가 지난 1분기 용산 조립시장의 44%를 차지했다는 가트너 조사에서 보듯 소비자 직판 시장에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으나 여전히 부족한 OEM 부분에서의 마케팅 강화를 위해 이같은 소송을 낸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관계자는 "그러나 국내에서는 반독점 문제 보다도 고객들의 AMD에 대한 인지도 향상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업체간의 관계에 앞서 소비자와 유통사들이 AMD보다는 '인텔 인사이드'라는 로고를 원하는 현상을 시정할 수 있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백종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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