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야권이 27일 여당의 반발에도 쌍특검·간호법 등 쟁점 법안을 무더기로 강행하면서 대정부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여당은 지난 양곡관리법 정국에 이어 또다시 '거부권' 카드를 꺼내 들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특검)의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트랙) 지정, 방송법 개정안(공영방송 이사회 인원 확대)의 본회의 부의 등을 관철했다. 모두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찬성이 요건이지만 정의당·기본소득당·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들과의 연대로 무난히 목적을 달성했다. 국민의힘은 간호법에 찬성표를 던진 최연숙·김예지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쟁점 법안 표결에 불참했다.
여당은 이날 민주당의 행보를 규탄하며 여론전을 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거대야당 입법폭거' 규탄대회에서 "오늘 민주당은 또다시 입법폭거를 자행했다. 의회민주주의는 사망하고 정치 신뢰가 또다시 바닥으로 추락했다"며 "이름은 민주당이지만 하는 행동은 폭력배와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쌍특검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단 한 개다.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덮으려는 '쌍방탄'이 목적"이라며 "지난 (20대) 국회에서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제로 정치적 실패를 겪고 또다시 야합의 길을 선택한 정의당도 유감이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라는 입장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국회법 절차를 어겼느냐. 그동안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법안 처리를 외면하고 지연시킨 게 과연 누구였느냐"며 국회 법사위 운영권을 쥐고 있는 국민의힘에 책임을 돌렸다. 이어 "이건 입법폭주가 아니라 국민의 명령을 수행하는 과정"이라며 "(본회의 표결에) 응답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집권 여당이 국민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입법 공세에 맞서 다시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건의를 예고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 간호법과 관련해 "(민주당이) 끝내 강행한다면 (윤석열) 대통령께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민주당이 통과시킨 양곡관리법 개정안(쌀 의무격리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로 되돌려보낸 바 있다. 거부권 법안에 대한 재의결은 사실상 재적의원 3분의 2(200석)의 동의가 필요해 민주당에 대항할 수 있는 여권의 유일한 카드로 꼽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에 이어 또다시 거부권을 발동할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간호법의 경우 의료계 직역갈등 문제라 자칫 대통령이 특정 직역의 편을 든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대통령이) 거부권 발동을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반면 박창환 장안대 교수(정치평론가)는 "지지율 답보 상태에 빠진 윤 대통령은 야권이 정책을 성공시키는 구도를 만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다소 무리한 지점이 있더라도 거부권을 발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대책의 일환인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임차보증금 우선변제)과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주식을 허용하는 '벤처기업법 개정안', 국회 정치개혁·연금개혁 특위 활동시한 연장안 등을 합의 처리했다.
/박정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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