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국내 증시의 가파른 상승으로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가 급증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반대매매 공포도 커지고 있다. 증시 하락으로 원금 손실에 이자 부담까지 더해진 투자자들의 '패닉셀'이 올 경우 하락이 하락을 부르며 증시 낙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0조4천18억원으로 지난 19일 이후 3거래일 연속 20조원을 웃돌고 있다.
신용융자 잔액이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작년 6월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발생 이후 증시 활황기에서 신용융자 잔액이 가장 많았던 것은 지난 2021년 9월13일 기록한 25조6천540억원이다.
전체 신용융자 잔액 중 코스닥이 10조5천385억원을 차지하며 코스피(9조8천632억원)를 넘어섰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5분의 1 수준인 코스닥에 빚투가 몰리면서 증시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시 하락으로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이 보유 주식을 매도하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이에 반대매매가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민·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코스닥 누적 순매수 금액은 6조3천억원이며 신용융자잔고 대비 60%에 육박한 상황"이라며 "코스닥 신용융자 신규금액 추이를 보면 최근 20거래일 평균 기준 1조3천억원으로 코로나19 당시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20년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라고 분석했다.
수급 변동성 확대에 따른 가격 조정 가능성이 높은 코스피 소형주와 코스닥 대형·중형주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민·김정윤 연구원은 "사이즈별 지수의 신용융자거래 현황을 보면 코스피 소형주의 신용융자잔고율, 공여율은 각각 1.7%, 8.0%로 코스피를 상회하고 있다. 코스닥의 경우 대형주는 2.5%, 9.6%, 중형주는 2.4%, 12.0%로 코스피를 상회한다"며 "특히 코스닥 중형주가 가장 높은 신용융자공여율을 기록하면서 우선적으로 수급발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신용융자가 급등하면서 증권사들도 신용융자 신규매수와 예탁증권 담보를 일시 중단하고 있다. 신용공여한도가 고갈된 탓이다.
KB증권은 이날부터 신용공여 한도 준수를 위해 증권담보대출 중단과 신용융자 한도를 축소한다고 공지했다. 주식·펀드·주가연계증권(ELS) 등에 대한 증권담보대출은 중단되고, 신용융자 매매한도는 5억원으로 제한된다. 다만 매도주식담보대출과 대주거래는 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1일부터 신용융자 신규 매수 주문과 예탁증권 담보 신규 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키움증권도 신용 한도를 관리하기 위해 지난 19일부터 신용융자 대용비율을 조정해 현금 비중을 높이고, 융자비율을 낮췄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은 개별 종목에 대해 신용공여와 대출 등을 제한하고 있다. 두 증권사는 전일 무더기로 하한가를 기록한 하림지주, 대성홀딩스, 다우데이타, 세방, 삼천리, 서울가스, 다올투자증권 등을 신용·대출 불가 종목으로 지정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공여와 관련해 면밀하게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고, 한도가 아직은 여유있는 상황"이라며 "고객의 불편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경선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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