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해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 이후 올해 '갤럭시S23' 시리즈에서 퇴출당한 '엑시노스'가 성능 강화를 통해 화려한 부활을 노린다. MX사업부도 '엑시노스' 탑재를 두고 최근 검토에 나선 만큼, 내년에 출시될 '갤럭시S24' 시리즈의 메인 칩셋 자리에 퀄컴 '스냅드래곤'을 물리치고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MX사업부는 내년에 출시될 '갤럭시S24' 시리즈에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 '엑시노스 2400' 칩셋을 탑재할 지를 두고 검토에 나섰다. 퀄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모바일 AP 가격 협상력이 약화돼 원가 부담이 커진 것이 주효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AP 매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9.9% 늘어난 9조3천138억원을 기록했다. DX 부문 전체 매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8%로, 카메라 모듈·디스플레이패널 등을 제치고 가장 컸다.
모바일 AP 가격도 전년 대비 약 77% 상승하며 원가 부담을 키웠다. 전년 동기 인상 폭은 19.0%로, 이를 4배나 상회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매입 부담이 커진 이유로 퀄컴 AP인 '스냅드래곤' 사용량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자사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한 자체 칩셋 '엑시노스'와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병행 탑재했으나, 지난해 초 '엑시노스' 성능 문제가 불거진 후 퀄컴 의존도를 높여왔다.
실제로 지난해 초 출시한 '갤럭시S22' 시리즈에서 퀄컴 '스냅드래곤'의 제품 탑재 비중은 75%였다. '엑시노스2200'은 유럽 일부 지역 제품에 적용됐다. 하지만 '엑시노스2200'이 탑재된 '갤럭시S22' 시리즈에서 성능 문제로 여론이 악화되자, 올 초 출시된 '갤럭시S23' 시리즈에선 '엑시노스'를 퇴출시켰다. '갤럭시S23' 시리즈에는 '스냅드래곤8 2세대' 모델이 전량 채택됐다.
여기에 지난해 8월 출시된 '갤럭시Z폴드4·플립4' 등 폴더블 스마트폰에는 퀄컴 '스냅드래곤'만 탑재됐는데, 판매 호조와 환율 상승 영향 등으로 퀄컴에 지불한 비용이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퀄컴에 가격 협상 주도권을 내줬다고 평가했다. 또 '스냅드래곤'에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수익성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21년 MX사업부에서 총 13조6천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2022년에는 11조3천800억원으로 감소했다.
또 '엑시노스' 혼용이 비교적 잘 이뤄졌던 2018년과 2019년 3분기의 경우 삼성전자의 AP 구매 비용은 2조원대에 머물렀으나, '엑시노스'의 경쟁력이 떨어졌던 2020년 3분기에는 4조원 중반대로 크게 늘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 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지난해 77%나 모바일 AP 가격이 증가한 건 바잉 파워(구매력)가 약해졌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라며 "'엑시노스' 탑재율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퀄컴 입장에서는 가격 협상이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내년에 출시할 '갤럭시S24' 시리즈에 '엑시노스 2400'을 탑재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에 나섰다.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가 최근 들어 '엑시노스'의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주효했다.
특히 AMD와 차세대 고성능·저전력 그래픽 설계자산(IP)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키로 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삼성전자는 AMD의 초저전력·고성능 '라데온' 그래픽 설계자산을 기반으로 개발하는 차세대 그래픽 솔루션을 엑시노스 라인업에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콘솔 게임 수준의 고성능·고화질 게이밍 경험을 스마트폰 외 다양한 기기에서도 제공하고, 차세대 그래픽 솔루션 연구개발 생태계를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와 AMD는 2019년 고성능 그래픽 설계자산 아키텍쳐(RDNA) 활용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2022년 모바일 AP에 탑재되는 GPU '엑스클립스(Xclipse)'를 RDNA2 기반으로 공동 개발한 바 있다. 다만 '엑스클립스'가 탑재된 모바일 AP '엑시노스 2200'이 발열과 성능 모두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양사가 이번에 어떻게 경쟁력을 끌어올릴지가 관건이다.
이석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은 "업계 최초로 '광선 추적(Ray Tracing)' 기능을 모바일 AP에 적용하는 등 AMD와 함께 모바일 그래픽 기술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며 "저전력 솔루션 설계 노하우와 경쟁력으로 차별화된 모바일 그래픽 솔루션을 지속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엑시노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자 위성통신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일론 머스크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와 애플을 비롯해 글로벌 통신 기업들이 뛰어든 '위성통신' 분야에서 국제 표준기술을 확보했다.
삼성전자가 확보한 기술은 5G 이동통신으로 모바일 기기와 인공위성을 연결하는 '비지상 네트워크(NTN)'로, 이 기술을 활용하면 인근에 기지국이 없어 통신은 물론 네트워크 연결이 불가능했던 먼바다와 깊은 산 속, 사막지대 한가운데에서도 5G 통신이 가능하다. 간단한 문자 메시지 외에도 사진과 영상 등 대용량 데이터의 송수신이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확보한 기술은 위성을 활용한 양방향 통신이라는 점에서 지난해 하반기 애플이 도입한 단방향 통신보다 진일보한 기술로 꼽힌다. 애플은 위성업체 '글로벌 스타'와 계약을 맺어 '아이폰14' 시리즈부터 위성통신을 통한 긴급 구조신호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퀄컴도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스냅드래곤 새틀라이트'를 공개하며 위성통신 지원 스마트폰 개발에 적극 나선 모습이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새틀라이트'는 이리듐의 위성 네트워크를 이용한다. 퀄컴에 따르면 해당 기능을 탑재한 안드로이드 기기는 3초에서 10초 사이에 긴급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다. 다만 퀄컴은 중국 화웨이 자회사 아너와 모토로라, 낫씽, 오포, 비보, 샤요미 등과 협력한다고 밝혔을 뿐 삼성전자는 언급하지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퀄컴도 양방향 위성통신 기술을 갖췄지만, 비표준 기술이란 점에서 삼성전자가 더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삼성전자는 표준 기술로, 고객사의 수요만 있으면 바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X사업부가 스마트폰에 위성통신 기능을 조만간 탑재할 지에 대해선 알 수 없으나, '갤럭시S24' 시리즈에 적용이 된다면 퀄컴 '스냅드래곤'과 삼성전자 '엑시노스'의 방식이 달라 AP 채택 시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갤럭시S22' 시리즈처럼 지역별로 AP를 다르게 탑재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위성통신 기술은 작은 국토 면적에도 통신 기지국이 촘촘한 국내보다는 통신 인프라가 발달하지 않은 해외 시장에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MX사업부에서 위성통신 기술을 스마트폰에 적용한다고 해도 국내가 아닌 해당 기술이 필요한 일부 국가에서만 기기를 선별해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양산에 들어간 3나노의 2세대 공정을 '엑시노스'에 적용시킬지도 관심사다. 3나노 2세대 공정은 기존 5세대 대비 전력효율이 34%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로는 삼성전자가 내년에 출시할 '갤럭시S24' 시리즈에도 퀄컴 칩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듯 하다"며 "엑시노스가 단가나 수율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공급망에 편입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밝혔다.
또 그는 "삼성전자가 이번에 AMD와 손잡은 것은 모바일 AP 시장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포석"이라며 "시스템LSI사업부가 '엑시노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근 부지런히 나서고 있는 만큼, MX사업부의 선택을 받아 내년엔 부활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기즈차이나는 "삼성전자가 올해 11월부터 '엑시노스 2400'을 양산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며 "2024년 '갤럭시S24'에 적용될 수 있고,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에만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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