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미국 정부가 반도체 생산 지원금을 받는 기업에 영업기밀에 준하는 정보를 추가로 요구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조금 신청 접수가 곧 시작되지만 국내 기업들은 동향을 살피며 신중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31일부터 반도체 생산 시설 보조금 신청을 받는다.
미 상무부는 27일(현지 시간)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에 대한 세부 지침과 사례를 공개하며 수익성 지표에 웨이퍼 종류별 생산 능력과 수율 전망 등을 밝히도록 요구했다. 수율은 반도체 제조 경쟁력의 핵심 지표여서 기업들은 특정 시설의 수율을 기밀로 유지하고 있다.
상무부는 "세부적인 재정 투입은 프로젝트의 재정 강도를 포괄적으로 검토하는 데 핵심적"이라며 "수익 지표에 세부 항목별 생산 전망과 연도별 변화에 대한 명시적인 세부 사항이 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익성 지표에 분기별 반도체 공장에서 제조할 웨이퍼 종류별 생산 능력, 가동률, 수율 및 판매 단가, 수익 전망 등을 모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소재·부품 비용도 공개하라고 요구했는데 실리콘 웨이퍼, 질소 등 소재별 비용, 직원 유형별 수와 인건비까지 포함되도록 했다.
미국 정부는 이외에도 보조금을 받는 조건으로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중국 등 '우려국'에 대한 투자 제한 등의 제약을 건 바 있다.
반도체 업계에선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를테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에서 7나노미터(nm, 1나노는 10억 분의 1m) 이하 공정 기술을 갖춘 건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보조금 지원을 받다 TSMC와 삼성전자는 최첨단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도 미국에 반도체 패키지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요구하는 기업들이 (주로) 미국에 있다"며 "엑셀(파일)도 요구하고, 신청서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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