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박소희 기자]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KT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직 자리에서 사임했다. 앞서 연임에 도전했던 구현모 현 KT 대표에 이어 윤 후보자까지 연속 낙마한 것이다.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 우려에 KT 직원들도 당혹해하는 가운데 개인 주주들은 정부와 여당을 성토하고 있다.
KT는 "윤경림 사장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하고 이사회에 이같은 의사를 전달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이날 KT에 따르면 윤 사장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구현모 이어 두 차례 연속 낙마…KT 주총 남은 시나리오는
KT는 오는 31일 예정된 KT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서 일부 안건에 대한 기재정정 공시를 진행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윤 후보 사퇴에 따라 주총 안건이었던 서창석·송경민 사내이사 후보 선임건도 자동으로 폐기된다.
윤 후보 사퇴와 관련해 KT이사진은 오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윤 후보 사퇴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구 대표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되는 CEO직을 누가 맡을 것인지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경영자 공백을 임시로 메울 수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좁혀진다. 상법 제386조에는 '법률 또는 정관에 정한 이사의 원수를 결한 경우 임기의 만료 또는 사임으로 인해 퇴임한 이사는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의무가 있다'고 기재돼 있다. 구 대표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KT 정관에 따른 절차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정관 제25조에 따르면 대표이사 후보가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되지 못한 경우에는 그가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 추천은 무효 처리된다. 이에 따라 사내이사 후보에 오른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KT SAT 대표의 선임 건도 무효처리된다.
대표이사는 물론 사내이사 전원에 유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전원이 유고될 시에는 직제규정이 정하는 순으로 그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즉 윤 후보가 사임할 경우 직제상 다음 순위인 박종욱 안전보건총괄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CEO 직무대행을 맡을 수도 있다.
◆뿔만 KT 개인주주들…"정부가 원하는 건 낙하산 인사냐" 불통
KT 개인주주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에서는 윤 후보 사임 소식이 전해진 이후 정치권 외압 등을 비판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KT 개인주주는 "낙하산 인사를 원하는 것인가. 현 정부는 국민보다 정권의 먹거리를 챙기는 게 목표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주주도 "다음 정상화까지 못해도 6월은 넘어갈텐데 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네이버 KT 종목 토론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격앙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 KT 주주는 "두번이나 협박으로 낙마시키고 민간기업에 이게 뭐하는 짓이냐. 최소한 국민눈치라도 보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이건 납득할 수 없는 정도"라고 성토했다. 다른 주주도 "난생 처음으로 전자투표도 했는데 허망하다. 앞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연금을 동원해서 낙하산을 심을 것"이라며 허탈해했다.
◆KT 직원들 망연자실…"매우 혼란스러운 상황"
개인주주뿐만 아니다. 당장 최고경영진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된 초유의 사태에 KT 직원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KT 직원 A씨는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다른 직원 B씨도 "CEO가 교체되는 3년마다 혼란이 생기는 상황"이라면서 "이번에는 특히 더 심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KT는 오는 31일 KT 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개최되는 제 41기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구현모 현 대표의 임기를 마무리짓는다. 구 대표가 일찍이 연임 의사를 밝혔으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및 여권 반대 등 영향으로 후보자군에서 사퇴한 데 이어 윤 사장 역시 27일 최종 CEO 후보자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KT는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안세준 기자([email protected]),박소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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