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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역사를 만드는 '통 큰' 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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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지난달 말 출시된 '용과 같이 유신! 극(極)'이라는 게임을 틈틈이 즐기고 있다. 메이지 유신의 배경이 된 '에도(도쿠가와) 막부' 말기를 다룬 작품이다. '막부 말기'는 일본에서 사극·게임 등의 소재로 인기 있는 시대지만, 한국인에겐 그나마 도요토미 히데요시라도 나오는 전국시대보다도 생소하다. 문제는 '알면 더 씁쓸하다'는 점인데, 이 시기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유신(維新)지사 상당수가 조선(한국) 정벌을 주장한 정한론(征韓論)자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메이지 유신'은 일본의 변방 세력인 사쓰마·조슈 번(藩)이 연합해 중앙 권력(막부)를 무너뜨린 사건이다. 재밌는 사실은 사쓰마·조슈 번이 처음에는 원수지간이었다는 점이다. 반(反)막부·급진개혁을 주장했던 조슈번과 달리, 친막부·온건개혁 성향이었던 사쓰마번은 막부의 명을 받고 조슈번을 제거하려고까지 했다. 그러나 양(兩) 번은 1866년 초 사이고 다카모리(사쓰마)·카츠라 코고로(조슈) 등 양측 대표자들이 벌인 담판으로 삿초(사쓰마-조슈) 동맹을 극적으로 끌어내고, 막부 토벌과 메이지 유신을 거쳐 근대국가 일본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사쓰마·조슈의 대타협이 이뤄지지 못했다면 일본은 한국 대신, 아니면 한국과 함께 식민지 신세를 겪었을 것이다.

서로 이질적이었던 내부 집단의 대타협이 역사적 전환점을 만든 사례는 많다. 우리나라도 사례는 적지만 대타협의 역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1998년부터 이어져 온 '노사정 대타협'의 역사를 들고 싶다. IMF 경제위기 상황에서 출범한 노사정위원회는 근로조건·경영 구조 개선 등과 같은 노동·경제 분야의 현안을 정부가 노사 간 타협을 돕는 방식으로 해결해 왔다. 특히 1998년·2006년·2015년 대타협 사례가 주목받고 있는데, 실업급여 지급 기준 제정(1998년)·근로조건 명시 법제화(2006년)·주52시간제 추진(2015년) 등 현재 국내 노동환경의 근간을 이루는 내용들이 노사정 대타협으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는 노사정 대타협 정신이 보이지 않고 있다. 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노사정위원회)의 역할은 고사하고, 의지도 안 보인다는 평가다. 이번 '주(週)52시간제 유연화' 논란이 대표적이다. 애초에 교수·학계 위주로 구성된 '미래노동시간연구회'의 자문만으로 추진됐고, 사회 각계와의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보니 제도의 현실적 결함을 놓쳐 노동계와 일반인들로부터 '69시간제'라는 비아냥만 들어야 했다. 뒤늦게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하고 각계의 의견을 들어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69시간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겠다는 청년 노조(청년유니온)과의 회담을 이들의 요구에도 비공개로 실시하며 또다시 대중의 불신을 부르고 있다.

주52시간제 유연화는 단순히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경영방식, 노동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경제 현안임을 인식해야 한다. 어렵고 무거운 문제일수록 각계의 입장을 한 자리에서 거침없이 털어놓는 '열린 소통'과 대타협 방식의 해결이 절실하다. 150여년 전 '삿초 대타협'도 솔직한 대화와 통 큰 담판으로 국가의 역사를 바꿨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69시간제 논란'이 건강하게 해결돼 국내 경제성장의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박정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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