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여야가 16일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 분야 투자세액공제를 최대 25%까지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정부안에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적용대상을 기존 '반도체·이차전지·백신·디스플레이'외에 '수소·미래차' 까지 확장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조세소위는 이날 오후 회의 끝에 이같은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앞서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 1월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 지정 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현행 대·중견기업 8%~중소기업 16%)을 상향하는 '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대·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 민주당은 정부안을 수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는 대신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국가전략기술에 '재생에너지·수소·미래차'를 추가하는 방향을 요구했다.
이날 여야 합의에 따르면 세액공제율은 정부안(대·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대로 상향하되 적용 대상인 국가전략기술을 '반도체·이차전지·백신·디스플레이·수소·미래차(미래형 이동수단)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로 범위를 넓혔다. 현재는 세액공제 대상기술을 시행령에서 정했지만 이를 법에 명시한 것이다.
또한 올해에 한해 신성장·원천기술(국가전략기술보다 한 단계 낮은 공제율을 적용하는 기술)대한 세액공제를 2~6%p 상향하고, 모든 통합투자 증가분의 10%를 공제하는 '임시투자 세액공제'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조세소위 위원장이자 여당 기재위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여야 합의로 반도체와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와 더불어 추가적으로 수소와 미래형 이동수단까지 전부 합의했다"며 "여야 합의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가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야당 간사인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정부 원안대로 하되 수소와 미래형 이동수단,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첨단기술을 포함하는 걸로 했다"며 "(민주당이 추가를 요구한) 재생에너지도 포함된 거라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반도체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날 조특법 개정안 타결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긍원 고려대 디스플레이반도체물리학과 교수는 "호·불황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기술 수준을 높여야 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지속적인 신규시설 투자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심화되면서 꼭 필요한 일이었다"고 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주로 대기업(삼성·SK)이 혜택을 볼 것이란 비판도 있지만 대기업의 시설투자가 늘어나면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에게도 파급효과가 발생한다"며 "우리 반도체를 위해 불가피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 대한 세액 감면이 가져다주는 효과가 불분명하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투자 시 보조금을 적극 지원하는 미국의 반도체지원법(CHIPs Act)과는 달리, 우리는 단순 세제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효과에 의문이 있다"며 "국가전략기술 육성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고민이 좀더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전문위원도 "현재 국내 반도체산업의 문제가 단순히 돈이 없어서 투자하지 못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인 재정지원(보조금 등)이 아닌 세금 깎는 식의 지원으로 육성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건 좀 나이브(순진한)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날 조세소위에서 홀로 '조특법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조세소위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반도체를 진정으로 위한다면 세금 깎는 문제(세액공제)가 아니라 RE100이나 미국 IRA법(인플레감축법) 대응 강화,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기업의 기술탈취 방지를 먼저 논의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국민의힘의 감세 기조에 민주당이 올라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재위 조세소위를 통과한 조특법 개정안은 오는 22일 기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박정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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