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KT 차기 대표이사(CEO) 선임 절차가 격랑 속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적 외풍에 시민단체와 주주들까지 가세하면서 얽히고 설킨 난맥상에 빠져들었다. CEO 인선 절차가 3번이나 진행된 것도, 사외이사들이 연이어 사임한 것도 이례적이다. KT를 검찰에 고발한 시민단체의 반대편에서는 소액주주들이 'KT 지지'를 외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혀를 내두르고 있다. "민간기업 CEO 바뀌는 일인데 이렇게 시끄러운 건 처음 본다"면서.
◆'CEO 인선 절차'만 세 차례…외부 개입 빌미줘
KT이사회는 차기 CEO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과 여당의 반발로 차기 CEO 인선 절차를 세 차례나 반복해야 했다.
지난해 말 KT이사회는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사실상 결정했지만 '투명하지 않은 선임 절차'라는 지적을 받으면서 일이 꼬였다. KT는 복수 후보로 재심사를 진행했지만 이 역시 절차상의 문제가 제기되자 공개 경쟁 방식으로 바꿨다.
우여곡절 끝에 후보가 된 윤경림 사장은 여당이 지적해온 '지배구조 개선안'과 '주주가치 제고안'을 신속하게 내놓으면서 31일 주주총회에 대비한 표 다지기에 나섰다. 하지만 파상 공세는 이어지고 있다.
◆KT CEO 최종 후보에 윤경림…사회단체 검찰 고발
여당측은 구현모 대표와 윤경림 차기 대표 후보에 대해 "구 대표는 친형 회사인 에어플러그를 인수한 현대차그룹에 지급 보증을 서주는 등 업무상 배임 의혹이 있다"며 "윤경림 부사장은 이를 성사시킨 공을 인정받아 구현모 체제 KT 사장으로 합류했다는 구설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윤 후보는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현대차 등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통신은 물론 모빌리티, 미디어 등 전문성을 인정받아 그룹사 성장을 견인할 적임자로 판단돼 2021년 9월에 KT에 합류한 것"이라며 "2021년 7월 현대차의 에어플러그 인수 당시 투자 의사결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현재 구 대표와 윤 후보는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조치된 상황이다.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은 구 대표와 윤 후보가 KT 계열사인 KT텔레캅 일감을 시설관리업체 KDFS에 몰아줬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구 대표와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내정자가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된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에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KT와 KT텔레캅 간 비자금 조성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KT는 사옥의 시설 관리, 미화, 경비보완 등 건물관리 업무를 KT텔레캅에 위탁하고 있다"며 "KT텔레캅의 관리 업체 선정과 일감 배분에 관여한 바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KT텔레캅은 정당한 평가에 따라 물량을 배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양사는 외부 감사와 내부 통제를 적용받는 기업이다. 비자금 조성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고 강변했다.
◆ 사외이사들 잇단 사임…주주들은 'KT 지지' 결집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의 KT 사외이사 후보직 사임도 KT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임 고문은 KDB생명보험 대표이사로 내정된 이유를 들어 사의를 밝혔지만 이미 세번째 사외이사 사임이라는 점에서 KT에 큰 상처를 남겼다.
앞서 지난 1월13일에는 이강철 사외이사가, 지난 6일에는 벤자민홍 사외이사가 자진해 물러났다. 이 이사는 1년 이상, 벤자민홍 이사는 2년 이상 임기를 남겨 둔 시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3월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들이 잇따라 사임의 뜻을 밝히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어떤 아유에서든 상당한 부담을 느꼈기 때문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소액 주주들이 이례적으로 집결하며 'KT 지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주 권리를 보호하고 정치적 외풍에 맞서기 위해 지난달 25일 개설된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이 주인공이다. 2주 정도 지난 지금 회원수가 1천명을 넘었다. KT 발행주식 총수 2억6천11만1천808주 중 약 1%인 261만1천120주도 모였다. 이들은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며 윤경림 사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안세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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